노인이 만드는 아름다움 ‘실버뷰티샵’ 호응
노인이 만드는 아름다움 ‘실버뷰티샵’ 호응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6.18 12:59
  • 호수 1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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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손질‧발관리‧경락‧피부마사지‧네일아트 등
▲ 60~70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실버뷰티샵’에서 머리미용을 담당하고 있는 윤복순(67)씨가 손님의 머리 손질을 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 남가좌동에 가면 특별한 미용공간이 있다. 올 2월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문을 연 ‘실버뷰티샵’이다. 실버뷰티샵은 60~70대 어르신들이 직접 머리손질은 물론 발 관리, 경락, 피부마사지, 네일아트 등 미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머리미용 6명, 마사지 4명 등 모두 10명의 어르신들이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격일제로 근무한다. 자격증 보유자는 물론 전직 미용 종사자를 비롯해 수년 동안 미용봉사로 실력을 쌓아 실력만큼은 이미 검증받은 어르신들이다.

실버뷰티샵은 어르신들이 주축이 돼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내는 노인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된다. 이 사업은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수년째 복지관 안에서 무료로 미용봉사활동을 벌이던 어르신들의 능력을 일자리로 승화시키고자 추진했다.

지난해 6개월 간 시범사업을 벌인 결과 어르신이나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어 서울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실버뷰티샵이 문을 열게 됐다.

비용은 커트 5000원, 어르신들과 어린이에게는 3000원만 받는다. 파마도 1만~1만5000원 대. 발관리나 경락 등 마사지도 1만~3만원선이다.

하루 평균 30~40여명의 주민들이 실버뷰티샵을 이용한다.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 마사지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예약제로 이뤄질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박봉순(74‧서울 서대문 북가좌2동) 어르신은 “비용도 저렴하지만 비슷한 연배들이 일을 하다 보니 속에 있는 얘기도 쉽게 꺼낼 수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한 달 동안 일하고 받는 수익은 평균 20만원. 마사지의 경우 20만원에 손님 수에 따라 조금 더 받는다.

일에 비해 월급이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손사래를 친다.

머리미용을 담당하고 있는 윤복순(67)씨는 4년 전 봉사를 하고 싶어 미용기술을 배우게 됐다. 윤씨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특성 때문에 허리와 다리 등 안 아픈 데가 없다”며 “하지만 머리손질을 받고 기뻐하는 손님들을 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픔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5년째 발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는 정남채(64)씨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며 “일을 하면서 동년배들과 함께 어울리고 손님들의 아픈 몸도 치유해 줄 수 있으니 1석 3조의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실버뷰티샵은 1호점에 이어 2호점으로 점차 넓혀나갈 계획하고 있다.

김태경 지역복지과장은 “기존 일자리 상당수가 단순노무직이어서 어르신들에게 ‘괜찮은 직업’을 찾아드리고 싶었다”며 “괜찮은 일자리로 이어가기 위해 어르신들이 미용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과에 따라 2호점으로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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