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노인전용상담소가 인기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노인전용상담소를 개소, 상담소를 찾는 어르신들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노인복지법에 명시된 '노인복지상담원제도'의 실효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폐지하기로 했지만 노인복지현장에서는 오히려 큰 인기를 얻고 있어 정부의 안일한 행정을 비웃고 있는 듯 하다.

지난 6월 1일 문을 연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이하 센터)에는 상담을 위해 찾는 어르신들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평균 10~20여명이 상담소를 찾는다.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은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다. 상담을 요청하는 어르신들 또한 점점 늘고 있다.

센터는 6월 15일 현재까지 생활지원, 법률상담, 가족상담, 건강상담 등 85건이 접수했다. 이 가운데 생활지원이 3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법률 상담이 17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 김명림 실장은 “어르신 상당수가 긴급지원비 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생활지원 상담을 요청했다”며 “특히 성(性) 관련 상담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명림 실장은 노인상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어르신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거부하는 세대”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속으로만 끙끙 앓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상담은 노후를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초적인 서비스”라며 “특히 어르신들은 다른 세대와 달리 경륜과 지혜를 갖추고 있다 보니 상담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어르신상담센터는 서울시가 ‘9988 어르신 프로젝트’ 일환으로 종로구 경운동 SK허브프라자에 상담인력 6명을 배치, 어르신들의 성(性) 상담을 비롯해 이혼 및 재혼상담, 재산관리‧상속‧세무 등 법률상담, 노인학대‧가족문제‧우울증‧건강관리 등 전문가 연계상담도 실시한다.

내방상담은 1대1 개별상담 및 집단상담 그리고 심리‧성격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전화상담은(02-723-9988) 24시간 휴일 없이 진행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oinfriends.or.kr)를 통해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며 앞으로 찾아가는 상담도 실시할 계획이다.

또 매주 장기요양보험제도,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서비스 정보와 노인자살예방교육 등 노인문제 해결 및 예방을 위한 열린 강좌도 마련하고 있다. 6월에는 오전 10시 노인자살예방교육(24일), 치매영화상영(26일), 치매예방교육(30일)을 실시할 예정이다.

노인전문상담사 양성을 위한 실천가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상담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담사례 연구도 진행된다. 이밖에 7월부터는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끼리 고민을 나누는 또래상담 즉, 노(老)-노(老) 상담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협회)가 지난 5월 서울·인천·충북지역에 개소한 노인성상담소에 집계된 상담수도 점차 늘고 있다. 협회는 서울(02-2639-2828)을 비롯해 인천(032-421-2829), 충북 청주(043-278-2828) 등 모두 3곳에 노인상담센터를 개소, 전화상담과 내방상담을 실시해왔다.

그 결과 서울상담소는 6월 15일 현재 30여명이 상담을 요청, 지난 5월 상담건수(20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충북 청주 상담소 또한 비슷한 추이로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상담자 가운데 상당수가 남성 노인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사업본부 정신숙 팀장은 “지난달에 비해 상담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전화상담 후 직접 내방을 원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매우 적극적인 어르신들도 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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