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6] ‘쪽’으로 염색하면 원재료인 ‘쪽’보다도 더 진해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6] ‘쪽’으로 염색하면 원재료인 ‘쪽’보다도 더 진해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1.20 11:32
  • 호수 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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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저본색(藍茜沮本色)

남천저본색(藍茜沮本色)의 남(藍)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일년초의 잎이 남(藍)색 원료가 되는 ‘쪽’을 가리키는데 한국사에는 남색(藍色), 또는 남(藍)으로 기록되어 있다. ‘쪽’으로 염색하면 여러 가지 뉘앙스의 푸른색(청색과 초록)이 되지만, 보통 남색(藍色)은 진한 푸른색으로서 대체로 무지개의 6번째 색(indigo)과 유사한 색을 가리킨다. 

전통색명으로서 남(藍)색도 역시 청색이므로 복색과 비단색명으로 사용되었다. 

◎고려시대에는 남(藍)삼(衫)을 입고 과거를 보는 사람은 세 번 응시할 수 없었다.<고려 명종 19년> 

◎연례로 의대(衣襨)의 남(藍)색 염색은 공용(公用) 쪽(藍)으로 했는데 가뭄으로 말라버려 염색을 끝내지 못했으므로 사용(私用) 쪽을 사들여 염색을 끝내려 합니다. (......) 공용 쪽이 죄다 말라버렸다면 사용 쪽도 어찌 되살아나겠는가? 만일 되살아나지 못하면 염색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중종 20년> 

◎흑(黑)마포(麻布) 대신 남색(藍色)명주 20필을 이번에 늦은 남초(藍草)의 절기를 맞아 부득이 염색해야 할 것을 이미 아뢰었습니다. 먼저 몇 필을 염색해 가져와서 색을 살펴보니 염색한 것과 진람(眞藍)명주(紬)가 같지 않았습니다.<인조 15년> 

◎지금 이 복식의 사치는 예로부터 없던 것이다. (......) 또 심염초록(深染草綠: 짙게 염색한 초록색)을 좋아하고 숭상하여 밭에는 곡식을 심지 않고 쪽(藍子)을 많이 심어 지나치게 짙게 하려고 한다. 대체로 초록(草綠)은 본래 그 색을 갖고 있어 지나치게 짙게 할 필요가 없다. (......) 상의원에서 염색하는 남색(藍色)은 합당하다고 들었다.<중종 23년> 

‘천색’은 꼭두서니 뿌리로 만든 색

천(茜)은 여러해살이 덩굴 풀인 꼭두서니를 가리키는데 한국사에는 주로 천근(茜根: 꼭두서니 뿌리)으로 기록되어 있다. 천근(茜根)은 약으로도 사용하고, 염료로도 쓰는데 송나라에서 보낸 약재 중에 천(茜)근(根), 세종<지리지>에 전라도, 황해도, 평안도에서 나는 천(茜)초근(草根)이 기록되어 있다. 색명으로서 천(茜)색은 『자전(字典)』에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저녁노을 적색’으로 설명되어있으나 주로 대홍(大紅), 선홍(鮮紅), 심적(深赤)색으로 통한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비범(緋帆)천기(茜旗)의 비(緋)색과 비교해보면 돛(帆)의 붉은 색보다 깃발(旗)의 천(茜)색이 더 선명하고 진한 색으로 추정된다(시중의 번역본에는 모두 붉은 돛, 붉은 깃발로 번역되어 있다).

남천저본색(藍茜沮本色)의 남(藍: 쪽풀)과 천(茜: 꼭두서니 뿌리)은 색소(色素: 염색재료)일 뿐 이것으로 염색한 남(藍)색과 천(茜)색이 더 짙다는 뜻으로서 청출어람(靑出於藍)과 같은 뜻이다. 

◎의상(義湘)은 화엄경의 미묘한 뜻을 은미한 부분까지 분석했다. 지엄(智儼)은 서로 질의할 사람을 만난 것을 기뻐하여 새로운 이치를 발명해 내었으니 심오하고 은미한 이치를 탐색하여 남천저본색(藍茜沮本色: 남색과 천색이 그 본색을 잃은 것이라 하였다<정암 역주 삼국유사>.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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