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서 식사제공 확대 필요성 입증...“혼자 식사하면 노쇠 빨라진다”연구 발표…
경로당서 식사제공 확대 필요성 입증...“혼자 식사하면 노쇠 빨라진다”연구 발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2.06 08:54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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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혼자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보다 빨리 노쇠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경로당 식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노인회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사진은 경기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
최근 혼자 식사를 하는 노인들이 보다 빨리 노쇠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경로당 식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노인회의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사진은 경기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어르신들의 결식을 예방하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지원하겠다.”

충북 제천시는 설 연휴 직후인 1월 26일 관내 경로당 17개소를 대상으로 ‘경로당 점심제공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부식비와 양곡비를 추가 지원해 경로당에서 하루 한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는 최근 발표된 ‘혼밥’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빨리 노쇠한다는 연구결과와 맞물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송윤미 교수, 박준희 임상강사)·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원장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6∼2017년 ‘한국 노인노쇠코호트’(KFACS) 연구에 참여한 노인 2072명(70∼84세)을 대상으로 식사 유형에 따른 노쇠 변화를 2년이 지난 후와 비교 분석한 결과를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Experimental Gerontology) 최신호에 공개했다.

삼성서울·경희대병원...‘혼밥’노인들은 함께 식사하는 노인들보다 체중감소 위험 3배 높아져

연구팀은 혼자 식사하는 노인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 그룹의 노쇠 정도를 비교 분석했다. 노쇠란 △체중 감소 △근력 감소 △극도의 피로감 △보행속도 감소 △신체 활동량 감소에 이르는 5가지 지표를 측정했을 때 각각 평균치의 하위 20%에 속하는 경우가 3개 이상일 때를 말한다. 1∼2개만 해당하면 노쇠 전 단계, 하나도 해당하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본다.

그 결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가 2년 후 혼자 식사하게 된 그룹(136명)의 노쇠 발생 위험은 계속해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있는 그룹(1583명)에 비해 61%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혼밥’하는 노인의 노쇠 위험이 높아지는 원인으로 영양결핍과 사회적 고립뿐 아니라 우울감을 제시했다. 줄곧 혼자 식사하면서 생긴 우울감이 영양결핍과 고립을 불러 결국 노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 노쇠 진단의 5가지 지표 중 체중이 감소할 위험이 ‘혼밥 그룹’에서 약 3배가량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성별로는 여성 ‘혼밥그룹’에서 극도의 피로감과 보행 속도 감소가 발생할 확률이 각각 1.6배, 2.8배 높아지는 특징도 관찰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연구 시작 당시에는 혼자 식사하다가 2년 후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 새로 생긴 그룹(136명)에서는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의미있게 줄어드는 등 혼자 식사할 때보다 일부 노쇠 지표가 개선됐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홀로 지내는 노인들이 누군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사회적인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등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인회에서는 그간 꾸준히 경로당 식사 강화를 강조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초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경로당이 문을 열고 닫는 것을 반복했을 때에도 회원들의 안부 확인 및 건강 유지를 위해 ‘경로당 식사’만큼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경로당의 역할 중 하나가 ‘함께 식사하는 것’으로 고독사 예방 등 효과도 크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노인회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주는 것으로 지자체별로 복지 차원에서 경로당 식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노인회에서는 인원수에 맞게 부식비와 양곡비를 현실화하고 회원 대다수가 80대 이상 고령인 점을 감안해 공익형 혹은 사회서비스형과 연계한 식사도우미 지원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용렬 인천연합회장은 “현재 지원되는 운영비와 양곡비로 매일 식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음식을 준비하는데 상당한 노동이 필요한 만큼 노인일자리와 연계한 식사도우미 제공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충북 제천시, 경로당 1일 1식 사업 펼쳐 눈길… “부식비 현실화 등 필요”

이러한 관점에서 경로당 식사를 강화한 충북 제천시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제천시는 ‘경로당 점심제공 사업’을 통해 경로당에서 평일 1일 1식을 할 수 있도록 경로당 운영비와 별개로 식사인원에 따라 △부식비 월 10만~25만원 △양곡 기존 지원량에 연 3~8포(20kg 들이)를 추가로 차등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각 읍·면·동 1곳씩을 선정해 총 17개 경로당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추후 분기별로 50여개씩 시행규모를 늘려 올해 연말까지 150곳, 2024년엔 전체(339곳)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형 일자리로 경로당 복지(식사)도우미를 지원해 노인들의 식사를 돕고, 입식 식탁 추가 지원을 통해 무릎관절이 불편한 노인들의 식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제천시 관계자는 “기존에도 경로당 운영비 중 일부로 부식비를 지원했으나 지원액이 턱없이 적어 자비로 식사를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전 경로당에서 1일 1식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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