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7] 백징(白徵)은 농사 못 짓는 땅에 징세하는 것 의미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7] 백징(白徵)은 농사 못 짓는 땅에 징세하는 것 의미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2.06 11:11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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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징(白徵)

백(白)은 흰색을 의미하지만 흰색과 관련 없는 여러 의미를 갖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白’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 

백탕(白湯)은 아무것도 타지 않고 끓인 맹물, 백민(白民)은 지위도 벼슬도 없는 일반백성, 백지(白紙)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색이 없는 종이, 백문(白文)은 본문만 있고 주석이 없는 책이다. 백지(白地)는 아무것도 없는 땅(地)을 가리킨다. 

백징(白徵)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白地)에 세금을 부과해 징수하는 것, 백성에게 억지로 세금을 부과해 징수하는 것, 과세 대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것을 말한다.『조선왕조실록』에는 1000여회 이상의 백징(白徵)과 백지징세(白地徵稅)가 기록되어 있다. 

고종 25년~31년(1888~1894년)에 기록된 백징(白徵)의 몇 가지 내용을 보면 이렇다.

◎광석을 채굴하는 여러 곳에 많은 전답이 들어간 것 중에 영흥과 정평이 더욱 피해를 입었습니다. 

◎구석진 산기슭에 남은 백성들에게 백징(白徵)하니. 가뭄의 피해가 심하므로 백지징세(白地徵稅)는 마땅히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해마다 부과하는 백징(白徵)은 백성에게 큰 고통이 되고 있으니 고통을 덜도록 하시어 백성들을 안정시킬 수 있게 하소서. 

◎전 균전사(均田使)가 백지징세(白地徵稅)한 것이나 전 영광 군수가 곡식을 배로 실어간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논의가 격렬하고. 

고종 이전의 왕조 때 기록된 백지징세 대상은 ▷사석(沙石)이나 사토(沙土)가 쌓인 곳, ▷해일이 지나간 후에 영영 개간하기 어려운 곳, ▷오래되어 손도 안 대고 버려둔 땅, ▷사용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 밭과 논, ▷강물에 휩쓸려 나간 논과 밭, ▷애당초 씨앗을 뿌리지 않은 땅 등이다. 

조선말 백징으로 인한 폐해 커

백징(白徵) 남용의 폐해는 컸다. 궁벽한 산골짜기의 가난하고 피폐한 백성에게 억지로 세금을 부과하고, 도정한 곡식에도 백징(白徵)하니 더욱이 그 억울함을 견뎌내지 못할 지경이었다. “대체로 물에서 건져낸 쌀은 짠물이 침습하여 백성이 먹을 수 없어 빌려 주었던 곡식을 지금 거두어들이니 백징(白徵)과 다름없다”는 원성도 등장한다. 

오늘날에도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 중에서 억지로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문자 뜻 그대로 여러 가지(종합) 부동산을 가진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이 아닌가. 그런데 평생 동안 단 한 채의 집만 가진 사람에게 종합 부동산세는 합당한 것인가. 그 종합이란 것이 집터(토지)와 그 위에 지은 주택이 두 가지이니 종합이란 뜻인가? 건물이 땅위에 짓는 것이지 공중에 짓는 것인가. 토지세, 따로 주택세 납부하면 그뿐이고, 또 증세 하려면 토지세, 주택세를 올리면 그뿐이지 그 세금 외에 따로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백징(白徵), 또는 백지징세(白地徵稅)가 아닐까.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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