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性, 무엇이 문제인가?
노인의 性, 무엇이 문제인가?
  • 관리자
  • 승인 2009.06.23 10:57
  • 호수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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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노인생활지원팀장

▲ 정신숙 인구보건복지협회 고령화대책본부 노인생활지원팀장.
지난 5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서울과 인천, 충북 지역에 노인성상담소를 개소했다.

상담소 홍보차 한 노인대학을 찾았다. 강당 위에서 본 어르신들은 대부분 70~80대 여성들이었다. 어르신들께 성상담소에 대한 설명과 함께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용을 해달라고 말씀 드리니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몇몇 분은 얼굴을 돌리며 “별걸 다 얘기 하네. 남사스럽게.” “혼자 사는 데 뭐.” “다 늙어서 뭐하려구.”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몇 분은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셨다.

성상담소에 접수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바로 ‘부부 성 갈등’이다. 한 예로 얼마 전 60대 한 남성이 전화상담을 요청했다. 이 어르신은 5년이 넘도록 아내와 각방을 쓰면서 성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침착하게 전화를 하시다 나중엔 역정을 내셨다. 자신은 성적기능과 욕구가 있는데 아내는 계속 거부를 하니 스트레스가 무척 쌓인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부인이 폐경을 기점으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변화를 겪고 성관계를 기피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내는 성관계를 힘들고 피곤한 것,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어르신에게 아내를 대하는 표현이나 감정이 너무 일방적이지 않았는지 물었다. 어르신은 젊은 시절부터 아내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추측컨대 성생활에 있어서도 남편중심적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르신은 이제 잘 대해 주고 싶어도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할지 몰라서 등의 이유로 아내에게 생각만큼 잘 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문제에 대한 해답은 본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한 여성은 남편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자상해도 성관계를 요구할 경우엔 거부하게 된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미안함을 느끼지 못 했는데 성교육을 받고 보니 ‘내가 잘못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럴 땐 만감이 교차한다. 성교육의 효과에 대해 기뻐해야 마땅하지만, 언제 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성교육과 성상담을 해드려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이런 고민을 심각하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어가는 시점에 부부간의 성 갈등으로 인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없다는 것은 노인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노년기 성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면 늘 떠오르는 여성 어르신 두 분이 있다. 노인대학에서 만난 분들로 74세, 81세 여성이다. 두 분 모두 얼굴에 후광이 비치셨고, 상당한 멋쟁이다. 70대의 어르신은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셨고, 80대 어르신은 남편분이 손도 잡아주시고 농담도 하는 등 금술이 좋다.

자신의 연령대, 신체기능에 맞게 성생활을 즐기고 그로 인해 행복한 노후를 즐기시는 현명한 분들이셨다. 앞으로 이런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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