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아름다운 기부문화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기부문화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6.23 13:10
  • 호수 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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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선뜻 내놓고 시신기증도

 

▲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살고 있는 홀몸 어르신 김모(82) 어르신이 몇 년 동안 들었던 적금 100만원을 양천노인종합복지관에 기탁했다. 김모 어르신(왼쪽)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최근 홀몸 어르신이 전 재산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거나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장기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증하는 등 어르신들의 기부문화가 폭넓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으로 서울 시내 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손중기(70) 어르신은 최근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실시하고 있는 ‘행복한 유산 캠페인’에 동참해 전 재산을 기부한다는 뜻을 밝혀 진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손중기 어르신은 쓰레기 수거 등으로 번 돈과 국가 보조금 등을 한푼 두푼 모아 만든 전세보증금과 통장 3000여만원을 돈 모두를 사회에 희사한 것.

‘행복한 유산 캠페인’은 모금회 측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는 주제 아래 2004년 12월부터 벌여온 캠페인으로 지금까지 총 9명이 유산 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혼자 어렵게 살고 있는 김모(82) 어르신이 몇 년 동안 들었던 적금 100만원을 양천노인종합복지관에 기탁했다. 김 어르신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과 평소 가족처럼 보살펴 준 이웃을 위해 써 줄 것”을 부탁했다. 김 어르신이 희사한 돈은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 생활비를 아껴 한푼 두푼 모은 것이다.

정작 김 어르신도 그동안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와 감동이 더했다. 김 어르신은 27세가 되던 해 남편과 어린 자녀들이 홍역과 맹장으로 사망했고, 그 이후 상경해 방직공장 등을 다니며 어렵게 생활을 꾸려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릎관절염으로 더 이상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10여년 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비를 지원 받아 생활했다.

김 어르신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복지관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라며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후원금을 선뜻 내 놓았다.

또 빠듯한 형편 속에서도 매달 소정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어르신도 있다. 안양에 사는 전재수(82) 어르신은 지난해 말 본지가 후원하고 어린이유괴·성범죄추방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아름다운 동행-노년 나눔 캠페인’에 동참, 현재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어르신들이 유서를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시신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아내와 함께 실버타운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양남훈(73) 어르신은 지난 2003년 한 대학병원에 시신기증 서약을 했다. 하지만 시신기증을 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자녀들의 반대로 꼬박 2년을 설득해야만 했다.

양 어르신은 “사후 육신은 흙이 되고 만다”며 “내 몸을 기증해 의학도들에게 큰 발전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뒤 장기기증 신청이 급증한 것도 어르신들의 나눔문화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한 가톨릭계 장기기증 모집기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지난 두 달간 무려 1만2000여 명이 장기기증 희망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본부 관계자는 “이는 지난 4년 동안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의 숫자에 버금가는 수치”라고 덧붙였다.

기부를 원하는 어르신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www.chest.or.kr, 02-6262-3000), 아름다운재단(www.beautifulfund.org, 02-766-1004), 굿네이버스(www.goodneighbors.kr, 02-6717-4000), 어린이유괴·성범죄추방국민운동본부(www.pcaa.or.kr, 02-2664-1675) 등에 문의 하면 된다.

장기기증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www.donor.or.kr, 02-363-2114), 한마음한몸운동본부(www.obos.or.kr, 02-774-3488), 각 대학병원 등에 문의 하면 된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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