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전통色이야기 29] 백의종사는 아무 직책 없이 어떤 일에 열중하는 것
[한국의전통色이야기 29] 백의종사는 아무 직책 없이 어떤 일에 열중하는 것
  •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 승인 2023.02.20 10:52
  • 호수 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의종사(白衣從事)

백(白)은 흰색을 의미하지만 흰색과 관련 없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白文은 본문만 있고 주석이 없는 책

백민(白民)은 지위도 벼슬도 없는 일반백성, 백지(白紙)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색이 없는 종이, 백문(白文)은 본문만 있고 주석이 없는 책이다. 백지(白地)는 아무것도 없는 땅(地), 백의(白衣)는 벼슬이 없는 사람, 평민, 백성을 말한다. 백의재상(白衣宰相)은 관직 없이 국정에 참여하여 재상의 대우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백의종사(白衣從事)의 종사(從事)는 어떤 일에 매달려 일하는 것이므로 아무런 직책을 갖지 않고 열심히 어떤 일에 열중하는 것을 말한다. 

◎선릉과 정릉의 변고는 참혹해서 들을 수 없습니다. (......) 지금은 개장(改葬) 전이므로 이곳에서 평상복은 불가합니다. 3일 동안 모여서 곡(哭)을 하시고 백의종사(白衣從事)하소서. (......) 이러한 때에 예조의 장관이 밖에 있을 수 없으니 다른 관원을 급속히 차출하소서.<선조 26년> 

◎조정에서 대제학을 원접사로 삼고, (......) 사인(士人: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을 제술관(승문원 벼슬)을 삼으니 사람들이 백의종사(白衣從事)라 하였다.<선조 34년> 

◎내년에도 도민들이 규칙적으로 쉬는 시간에 백의종사(白衣從事)하는 규정대로 우선 죄를 지은 책무를 다스리도록 하라.<정조 20년> 

◎의주 부윤은 후임을 차출하지 않았으니 금년은 물론 내년에도 백의종사(白衣從事)로써 죄를 받들어 공무를 바로 잡도록 명하소서.<정조 20년> 

백의종군(白衣從軍)은 군직(軍職)없이 평민의 몸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말한다. 

◎태조-태종 때부터 변경에 사는 백성이 한 명이라도 납치되면 주장(主將)은 곧바로 그 도(道)에서 백의종군(白衣從軍)하였습니다. 참으로 군법이 엄하지 않으면 대중의 마음을 격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중종 7년> 

◎비변사의 공사, 이경록과 이순신 등을 잡아올 것을 입계(入啓)하였다. (......) 전쟁에서 패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병마절도사에게 명해 장형을 집행하고 백의종군(白衣從軍)으로 정성을 다하게 하라.<선조 20년> 

◎조정은 일시적 안정에 빠져 적군과 대치하고 있는 장수를 베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하여 마침내 백의종군(白衣從軍)을 명했다.<선조 32년>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창의문(彰義門) 밖 제단(祭壇)으로 행행하셨다. 이날 어가(御駕)가 경복궁 담 서쪽에 이르러 어가를 선도하는 사람의 착오로 다른 길로 가게 되었다. 훈련대장을 잡아들이게 명하시고 곧 백의종군(白衣從軍)을 명하셨다.<영조 1년> 

‘백의종군’이란 말 너무 남용

정치판이 총칼 없는 전쟁터 같고, 또 비유해서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백의종사(白衣從事)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백의종군(白衣從軍)이라는 용어를 너무 남용하는 것 같다. 

당직을 가졌다가 사정에 의해서 평당원으로 당무를 보거나 고위직책에 있다가 어떤 연유로 해서 직책 없이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백의종사(白衣從事)라는 용어가 더 적합한 것 같다.

정시화 국민대 조형대학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