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뭐길래… 로스쿨도 합격하는 ‘인공지능’
‘챗GPT’가 뭐길래… 로스쿨도 합격하는 ‘인공지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2.27 13:56
  • 호수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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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한달만에 활성 사용자 수 1억명 돌파

논문, 소설 등 콘텐츠 제작도 척척… 가짜뉴스에 취약한 문제도 노출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2016년 3월, 당시 최고의 바둑기사였던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아직은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알파고는 종합전적 4대 1의 대승을 거두며 ‘알파고 쇼크’라는 말을 남겼다. 알파고 쇼크 이후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7년 만인 2023년 또 한번 진화의 시대를 맞았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챗GPT가 등장해 세계적인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챗GPT의 ‘챗’은 ‘대화’,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를 의미한다. 기존 AI보다 수백 배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한 차세대 인공지능 ‘초거대 AI’를 토대로 사용자 요구에 따라 다른 결과를 생성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생성형 AI’로도 불린다. 

챗GPT와 같은 대화형 AI 챗봇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도에 개발돼 출시된 AI 챗봇 ‘심심이’가 ‘심심할 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를 표방하며 인기를 끌었고 현재는 각종 기업에서 고객응대에 활용하고 있다. 또 대화형 AI에 음성인식 기술을 도입한 AI 스피커는 ‘AI 비서’급으로 진화한 상황이다.

이러한 챗봇들은 기계적인 대답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챗GPT는 진짜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화 흐름이나 답변 완성도가 일반 사람과의 대화라 해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나다. 대화에 숨은 맥락을 이해하거나 질문 내용을 기억해 답변에 활용하는 등 이전 단순 정보 전달에 급급하는 챗봇과 확연히 비교된다. 질의‧답변뿐만 아니라 번역, 프로그래밍, 논문 작성, 소설 창작 등 콘텐츠 제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작업 수행이 가능해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챗GPT가 지난 1월 월간 사용자 수(MAU)가 1억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MAU는 월 단위로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 수를 뜻한다. 대표적인 SNS 서비스인 틱톡과 인스타그램은 1억 MAU에 도달하기까지 각각 9개월, 30개월이 소요됐다. UBS는 “인터넷 등장 이후 20년 동안 이렇게 빠른 증가율은 처음”이라고 평했다.

챗GPT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발사인 오픈AI는 이해 GPT-1 버전을 선보였다. GPT는 자연어 처리 AI 모델로 주어진 텍스트의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기술을 학습하며 사람이 쓴 듯한 글이나 콘텐츠를 만든다. 

이어 2020년에는 GPT-3 버전을 발표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GPT 성능에 있어 중요한 건 파라미터(매개변수)의 개수다. 이는 파라미터가 인간 뇌에서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시냅스’(신경세포의 접합부) 역할을 하는데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좋다. GPT 1세대는 파라미터가 1억1700만개에 불과했지만 2세대(15억개)와 3세대(1750억개)를 지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챗GPT는 GPT-3에 강화학습을 적용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GPT-3.5를 기반으로 개발됐는데 3세대를 개량한 만큼 파라미터가 1750억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1년 내 파라미터 100조개를 갖춘 GPT-4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챗GPT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는데, 로스쿨·경영대학원(MBA)과 의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크리스천 터비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가 발표한 챗GPT 관련 논문에 따르면 챗GPT는 와튼스쿨 MBA 필수 교과목 ‘운영관리’ 시험에서 B-와 B 학점 사이 점수를 받았다. 

또 로스쿨 시험도 통과했다.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 시험에서 C+ 학점을 받은 것. 최하위권 점수기는 하지만 과목 수료가 가능한 학점이다.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도 합격했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챗GPT 활용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 부동산 중개업자 사이에서는 챗GPT를 이용해 매물 설명 글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서류 작성·회계 보조에도 활용된다. 챗GPT가 자동 작성한 글을 AI가 사람 음성으로 변환해 만든 유튜브 동영상이 올라오는가 하면, 챗GPT를 활용해 5분 만에 블로그 게시물 수십 개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영상도 등장했다. 

물론 챗GPT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사전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에 예측이나 전망을 쉽사리 내리지 못한다.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일도 많다. 

이런 여러 한계 탓에 챗GPT는 ‘가짜 뉴스에 취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윤리적 판단 영역에 있어서도 문제를 드러낸다. 또 매번 그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제 기자가 ‘대한노인회’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노인 복지 발전을 위한 비영리단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지만 다음날 재차 물었을 때는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민원 서비스 등에 접목해 업무를 효율화하고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하고 나서면서 챗GPT 열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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