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25]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겐 요긴한 것일 수도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25]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이 타인에겐 요긴한 것일 수도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3.03.06 10:37
  • 호수 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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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기 위해 첫 번째 과정으로 ‘버리라’고 했고 그 다음 ‘제대로 채우라’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버리고 내게 꼭 필요한 것만으로 채우고 나면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들이 남게 된다.

나눔이 정리 습관의 세 번째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동화책, 사용하지 않은 텀블러까지. 이 물건들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과정이 바로 정리 습관의 세 번째가 되어야 한다. 나누고 함께해야 더욱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이던 어느 인류학자가 부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을 제안했다. 먹을거리가 가득한 바구니를 놓고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가면 그 아이에게 과일을 모두 주겠다고 한 것이다.

인류학자의 말이 끝나자 아이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바구니에 든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이것을 본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혼자 1등을 하면 많은 음식을 나누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데 왜 그랬니?” 그러자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분투(ubuntu)!”라고 답했다. 

우분투란 아프리카어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슬퍼하는데 어떻게 나 혼자 행복할 수 있냐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인류학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우분투’라는 말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이자 인권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넬슨 만델라에 의해 자주 이야기됐다.  

“한 여행자가 어떤 마을에 들렀다. 그가 음식과 물을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먹을 것을 주고, 쉴 곳을 주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소박한 마음, 너와 내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함께 나누고 함께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우분투의 정신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우분투’ 정신 살려야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우분투의 정신을 찾아보기가 사실 쉽지 않다. 인류학자가 찾아간 아프리카의 부족 아이들보다 먹을 것이 많고 나눌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에 인색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같은 존재로 여기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질은 풍족해졌지만 마음은 부족해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같이 살아가는 사회이고, 너와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가진 돈을 나누기도 하고 재능을 나누기도 하고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그래, 나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봐야지!’ 마음을 먹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큰 것을 나누는 것은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내가 가진 작은 것부터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런 경우가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는 아빠와 두 자녀가 있는 집이었는데 아빠가 공사 현장을 따라 지방으로 일하러 가는 날이면 아이들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정리수납 컨설팅을 할 때 모아 뒀던 전기밥솥을 가지고 방문해 아이들에게 밥을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아빠가 없더라도 밥을 해서 먹을 수 있게 해줬다.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뻔했던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물건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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