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클린스만호를 향한 우려와 기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클린스만호를 향한 우려와 기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3.13 10:41
  • 호수 8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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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1994년 열린 미국월드컵 한국과 독일의 경기. 초등학생이었던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우려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이 경기를 지켜봤다. 당시 독일은 직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마테우스 등이 그대로 출전하면서 브라질과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었다. 한편으로는 마테우스를 비롯한 주력 선수들이 30세를 넘어서 해볼만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약팀으로 평가받는 전력이었지만 ‘도하의 기적’을 통해 극적으로 진출해 사기가 높았던데다가 20대 초반의 대표팀 기둥으로 자리잡은 홍명보를 비롯해 황선홍, 서정원 등이 전성기에 접어들었기에 많은 국민들이 또다른 기적을 바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현실은 달랐다. 경기 시작 12분만에 독일의 세계적인 공격수 클린스만이 지금도 회자되는 놀라운 골로 우리나라 골망을 가른 것이다. 골대를 등지고 자신에게 오는 패스를 오른발로 띄운 뒤 감각적인 왼발 터닝슛을 선보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아름다운 골로 한국 대표팀은 사기가 떨어졌고 이후 두 골을 더 헌납해 완패가 예상됐다. 다행히 후반전 심기일전한 우리나라는 황선홍, 홍명보의 연속골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 경기 여파 때문인지 이후 학교 운동장에서는 다들 한 선수를 따라하느라 난리가 났던 기억이 난다. 바로 클린스만이다. 너도나도 클린스만 흉내를 내겠다며 공을 띄우고 터닝슛을 하는 흉내를 냈다. 비록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패배를 안긴 선수였지만 강렬한 골로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됐다.

클린스만은 비록 여러 프로팀을 전전하긴 했지만 큰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특히 선수생활 말년 임대생 신분으로 현재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의 강등을 막으며 ‘임대생의 전설’로도 불리고 있다. 

이후 스타 선수들이 그렇듯 클린스만 역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독일과 미국대표팀을 이끌며 성과를 냈지만 전술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시달렸다. 그리고 가장 최근 감독을 맡았던 독일 헤르타 BSC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자 대중들의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기대하는 이들도 많지만 월드컵 등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클린스만은 지난 3월 8일 입국 후 가진 짧은 인터뷰를 통해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다. 프로는 결국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클린스만호가 내년 1월 이후에도 북중미월드컵까지 순항하기를 오랜 팬으로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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