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축 '대한노인회법' 재발의… 이번엔 통과될까
민주당 주축 '대한노인회법' 재발의… 이번엔 통과될까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3.03.20 09:12
  • 호수 8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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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이 의원 등 61명 공동발의… 불발된 ‘김태호법’과 상당부분 유사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관련, ‘두도록 한다’→‘둘 수 있다’로 일부 변경

노인복지관이 속한 ‘한단협’ 등 3개 연합단체 “법안 즉각 철회” 성명서

[백세시대=조종도·배성호 기자] 대한노인회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월 8일 대표발의한 ‘대한노인회법안’(이하 ‘김원이법’)에는 김 의원 외에 60명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번 법안은 2021년 5월 3일자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한노인회법안’(일명 ‘김태호법’)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김원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대한노인회가 특수법인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여 노인의 권익보호 및 복지증진을 위한 활동에 한계가 있다”면서 특수법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관계자들은 “김호일 회장이 3월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거라고 장담했는데, 법안이 이제 발의된 거냐”며 의아해하면서도 은근히 법안 통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연합회장은 “각급 회장 활동비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며 “다만 온갖 수익사업에 손을 대겠다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대한노인회의 봉사적 성격에 비추어볼 때도 우려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김태호법’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먼저 발의된 ‘김태호법’은 노인종합복지관협회, 은퇴자협회 등 사회복지 및 노인 유관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으며, 21대 국회가 폐회할 경우 자동폐기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원이법’ 역시 발의되자마자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와 복지국가실천연대, 한국노년단체총연합회는 3월 13일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형평성 없는 악법으로 사회적 갈등을 심화한다”면서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대한노인회 중앙회 본관 전경.
대한노인회 중앙회 본관 전경.

◇대한노인회법안 내용

이번 법안은 회원에 대해 “65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 회비를 납부한 자를 정회원으로, 6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 회비를 납부한 자를 준회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태호법과 다르게 ‘회비 납부’를 회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태호법은 “65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을 정회원으로, 6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을 준회원으로 한다”고 돼 있어,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한 반민주적 조항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를 감안해 새 법안에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또한 김태호법과 거의 동일하게 “대한노인회의 각급 회의 회장에게는 예산의 범위에서 직책 수행에 따른 경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회와 지회에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를 설립하는 내용도 유사하다. 하지만 김태호법이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를 두도록 한다”는 강제규정이라면, 김원이법은 “둘 수 있도록 한다”는 임의규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태호법에서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의 장을 겸하는 각급회의 임원과 임명하는 임원에 대해서는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수를 지급하도록 한다”는 조항도 이번엔 삭제하고 “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는 노인종합복지관협회 등 유관기관으로부터 “건립비 5조원과 매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대표적 예산낭비 사업으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폭넓게 추가된 부분도 있다. 대한노인회 수익사업의 범위에 신문‧방송업, 노인대상 체육시설의 운영사업을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김태호법에도 있는 장의업‧상조업‧관광업 및 추모공원조성운영사업을 합하면, 대한노인회가 못 하는 사업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진다.

◇다른 사회단체, 법안 반대 성명

이에 대해 한국노인복지관협회 등 19개 사회복지시설 직능단체들의 연대인 한국사회복지시설단체협의회(이하 한단엽)를 비롯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속한 복지국가실천연대, 노년유니온 등 30여개 단체가 속한 한국노년단체총연합회는 3월 13일 대한노인회법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로 추진하고 있는 대한노인회법안은 2년 전 발의된 법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대한노인회만을 특수법인으로 제정하여 노인관련 독점단체가 되고자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 여성, 아동, 이주민 등 다른 대상 집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은 불평등한 악법이다. 다른 대상 집단은 고사하고 다른 노인단체와의 형평성 또한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이라고 밝혔다.

한단협 등 3개 단체는 특히, “충분한 사회적 합의나 홍보 없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법안을 몰래 졸속으로 제정하려 한 시도”라며 비판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김원이법이 제정되면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에만 5조원 가량이 든다. 법안 공동발의자 중 한 국회의원에게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법에 왜 동의했냐고 항의하니 사단법인을 재단법인으로 바꾸는 것으로만 알고 서명했다고 하더라”라면서 졸속으로 발의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년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호승 전국시니어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한노인회가 매번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내세우면서 정작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법안을 제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이 예산이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그 돈을 한 단체에 몰아주는 것은 사회적 상식에도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 3개 단체와 별개로 대한은퇴자협회 역시 같은 이유로 대한노인회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은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존경받는 노인상을 제시해온 단체였는데 김호일 회장 취임 이후 돈에만 집착하는 행보를 보여 안타깝다”면서 “김 회장이 법안에 반대하는 단체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 대한노인회를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려놓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종도·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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