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토라는 남자’, 괴팍하지만 마음 따뜻한 ‘꼰대’ 할아버지의 속사정
영화 ‘오토라는 남자’, 괴팍하지만 마음 따뜻한 ‘꼰대’ 할아버지의 속사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3.20 13:53
  • 호수 8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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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사별 후 생을 포기하려 했던 ‘오토’라는 독거노인이 이웃과의 소통으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가정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번 작품은 사별 후 생을 포기하려 했던 ‘오토’라는 독거노인이 이웃과의 소통으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가정을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 원작… 톰 행크스와 아들 동반 출연 화제

아내와 사별 후 절망하던 남자가 이웃과 함께 슬픔 이기는 스토리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매일 자신의 주택단지를 순찰하는 등 강박적으로 원칙을 준수하는 독거노인 ‘오토’. 어느날 자신의 후임이 상사가 되자 평생 다녔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 6개월 전 사별을 경험한 후로 삶에 미련이 남아있지 않았던 그는 미리 구매해둔 밧줄로 아내 곁으로 떠날 결심을 실행하고자 한다. 전기와 전화마저 끊고 모든 준비를 마친 그 순간, 창문 너머로 수상한 차가 자신의 주택단지에 들어선 것을 목격한다. 이미 삶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그지만 이를 못 참고 뛰쳐 나간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는 이렇게 시작된다.

3월 29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오베라는 남자’는 국내에서만 50만부가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영화는 배경이 미국으로 바뀌면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주요 사건 등이 각색됐지만 원작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그대로 옮겼다. 

아카데미상을 2회 수상한 명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을, 그의 아내 리타 윌슨이 제작을 맡은 작품으로 ‘오토’의 젊은 시절은 톰 행크스의 막내아들인 트루먼 행크스가 연기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토’가 화를 낸 대상은 앞집에 새로 이사 온, 두 딸을 낳고 또 아이를 임신한 ‘마리솔’과 IT컨설턴트로 일하는 ‘토미’ 부부였다. 토미는 형편없는 운전 실력으로 오토를 자극했고 결국 오토가 대신 주차를 해주는 것으로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은 마무리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허술한 천장 때문에 첫 번째 자살 시도가 미수에 그치면서 이들의 인연은 지속된다.

이후 붙임성 좋고 직설적인 마리솔은 사사건건 오토의 삶에 개입한다. 오토는 괴팍하게 굴며 밀어내려 하지만 아내처럼 뛰어난 음식 솜씨를 가진 마리솔 덕분에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녹인다. 

사실 과거 오토는 이웃들과 곧잘 어울렸다. 그러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닫았다. 특히 자신의 전부였던 아내가 떠난 뒤로는 이전보다 더 강박적으로 원칙에 집착하는 괴팍스러운 독거노인이 됐다. 길을 떠도는 고양이에게 모질게 구는 척하지만 결국 자신의 집에 머물게하는 따뜻한 심정마저 버린 것은 아니었다.

이를 간파한 마리솔은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가까워지는 듯 싶었다. 그러다 마리솔이 오토의 아내에 관해 조언한 것에 그가 크게 분노하면서 두 사람에 관계는 틀어진다. 급기야 오토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어 영화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오토’라는 인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독거노인을 연상케 한다. 이름과 달리 오토(자동변속기) 차를 모는 운전자를 얼간이 취급하고, 스마트폰 등 최신 IT 문물을 거부하는 모습 등은 요즘 말로 ‘꼰대’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어린 사람들과 절연하긴 했어도 한때 가까웠던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정(情)도 가지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이처럼 고립된 남자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톰 행크스의 대표작인 ‘포레스트 검프’(1994), ‘캐스트 어웨이’(2001), ‘터미널’(2004) 등이 연상된다. 앞선 세 작품이 타의에 의해 장애, 섬, 공항에 갇힌 남자를 다룬 반면 이 작품 속 ‘오토’는 스스로 자신을 사회와 격리한다. 

또 세 작품이 ‘스스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면 ‘오토라는 남자’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이웃의 손길로 탈출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다만, 톰 행크스 작품 특유의 잔잔한 웃음과 감동이 녹아 있다.

감동적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도 매끄럽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오토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나면서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우리나라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파조가 아니라 담담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한다. 특히 마리솔과 이웃에 의해 서서히 마음을 열고 마을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그의 선택은 큰 공감을 선사한다.

또 작품에서는 오토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노인, 장애인, 이민자, 성소수자 등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사연과 함께 ‘꼰대’라 불리는 오토가 되레 이들을 편견 없이 따뜻하게 품는 모습은 벅찬 감동을 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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