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 관련 용어의 바른 이해와 사용
노령화 관련 용어의 바른 이해와 사용
  • 관리자
  • 승인 2009.07.03 14:32
  • 호수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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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칼럼]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
신문을 보니, 올해부터 강원도는 도내 모든 해수욕장의 표기를 ‘OO해변’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한다. 여름철에 한정된 해수욕장이란 명칭보다 사계절 언제나 해변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강원도의 관광정책은 실로 상큼한 아이디어라고 하겠다.

이렇듯 언어가 지닌 의미는 그 자체로 중요지만, 언어(생각하고 의미하는 것을 말로 외부에 표현할 때)의 사회적 책임 역시 중차대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유례없이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신문이나 잡지, 또는 학계나 복지현장 등에서 고령화와 관련해 사용하는 말들은 어딘가 모르게 애매하고 부자연스럽거나 어색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우리 일상에서 ‘노인’ ‘고령자’ ‘준고령자’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분류의 기준이나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예전에는 60세 환갑이면 ‘노인’이라고 했지만 요즘 60세를 ‘노인’이라고 하면 아마 듣는 60세의 기분이 많이 언짢을 것 같다. 70세는 넘어야 ‘노년층’이란 표현을 마지못해 인정하는 세상이 돼 버렸다.

현행 고령자고용촉진법은 ‘고령자’는 55세 이상, ‘준고령자’는 50~55세 미만인 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인구통계나 복지 관련 법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고령자 문화와 제도를 연구하고 도입하던 일부 학자와 언론기관들이 깊은 검토 없이 일본에서 쓰이는 용어를 그대로 직역해 우리말로 쓰면서 우리생활에 정착된, 그야말로 일본식 한국말이다.

물론 UN이 55~64세의 노인을 ‘영올드’(young old), 65~74세를 ‘미들올드’(middle old)로 표기하고 75세 이상의 노인을 ‘올드앤드올드’(old&old)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의 노인 관련법은 우리나라와 같이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법으로 노인이라고 규정하고 제반 복지혜택을 공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이 의미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등의 애매함은 아무 것도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실버’, ‘실버타운’ 또는 ‘실버산업이 뜬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심지어는 노인들이라는 표현을 ‘실버들’이라고 지칭해 정말로 씁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여기서 ‘실버’라는 말이 문제다.

이 표현 역시 선진국의 고령사회를 연구하거나 국내에 소개하면서 무분별하게 베끼면서 생긴 말이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주름진 모습의 노년기를 ‘실버’로 묘사하는 것은 ‘지는 해’(sun set) 또는 인생의 끝이 머지않은 ‘황혼’을 연상하게 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고 생각된다.

평균수명이 80세가 넘는 고령화 시대를 사는 요즈음 노년층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경험과 경륜이 더해진 그야말로 풍요와 희망으로 가득 찬 ‘제2의 출발’이 아닌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선진국의 어느 나라에서도 노년을 ‘실버’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없다. 영국에 ‘실버타운’이 있다고 해서 필자가 일부러 런던을 방문한 적이 있다. 런던 북부에 위치한 ‘실버타운’은 고령화 사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작은 마을로 과거에 은을 세공하고 가공하면서 은제품을 생산하던 지역이었다.
한마디로 선진국 어느 곳에서도 ‘실버’를 노령층과 관련한 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지난 이야기지만 사실 우리나라도 2004년 9월에 대통령 직속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가 ‘실버’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언론도 ‘실버’란 말을 아직까지도 마구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모든 일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봐야 그 끝이 의미가 있고 아름다우며 보람이 있다고 믿는다.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실버‘라는 표현을 과감히 없애고 긍정적인 우리말로 대처해야 한다.

몇 년 전, 한국은퇴자협회 전문위원들은 청년층을 ‘해오름세대’, 장년층을 ‘물오름세대’로 표기하고, 노년층을 ‘타오름세대’로 부르자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놨다. 하늘에서는 해가, 땅에서는 인생의 절정에서 선 노년층이 활활 타오르는 불같은 정열로 자신 있게 재도약하는 모습을 ‘타오름세대’로 정의했다.

요즘 젊은세대는 물론 노년층도 정보기술(IT)에 익숙한 능동적인 생활을 향유하고 즐긴다. 과거의 오래된 정보는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고령화와 관련된 언어의 사용도 과거의 애매한 표현에서 벗어나 새롭고 정확한 표현으로 업그레이드해야 다가오는 미래의 고령화 사회 역시 밝고 건강하게 발전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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