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56] 즐거움이 시든 상태에서 참 이치를 터득하라
[채근담 다시 읽기 56] 즐거움이 시든 상태에서 참 이치를 터득하라
  • 백세시대
  • 승인 2023.03.27 11:22
  • 호수 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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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시든 상태에서 참 이치를 터득하라

사람이 그 뜻을 꽃이나 버들잎이 난만한 계절에 두고, 즐거움을 생황이나 노랫소리가 높이 울리는 곳에서 얻으면, 이는 곧 일이 잘 풀리는 하나의 환상이고 방탕한 생각이다. 모름지기 잎이 떨어지고 풀이 마른 뒤에, 또 노래와 악기연주가 그쳐 즐거움이 시든 상태에서 하나의 참다운 이치를 터득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열쇠이고, 인격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신념이다.

吾人適志於花柳爛漫之時, 得趣於笙歌騰沸之處,

오인적지어화류난만지시  득취어생가등비지처

乃是造化之幻境, 人心之蕩念也,

급시조화지환경  인심지탕념야

須從木落草枯之後, 向聲希味淡之中, 覓得一些消息,

수종목락초고지후  향성희미담지중  멱득일사소식

纔是乾坤的槖籥, 人物的根宗.

재시건곤적탁약  인물적근종

◆만해 강의

꽃이 붉고 버들이 푸름은 한때 화려하기가 그지없지만, 그것은 금세 변하고 이내 사라져 버리며 가을바람을 견디지 못한다.

그리고 생황을 불고 노래를 부름은 한때 흥미를 돋으나, 그 즐거움이 얼마나 가겠는가. 이런 것은 다 조화(造化) 가운데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 사물의 한 경지인 것이다. 

이러한 환상과 같은 사물의 경지, 곧 꽃이 난만하고 노랫소리가 드높은 곳에 마음을 가까이 하여 즐거움을 얻으면, 방탕한 생각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상의 경지가 아닌, 나뭇잎은 떨어지고 꽃이 다 시든 뒤, 고요하고 담담한 가운데, 뜻을 맞추고 즐거움을 얻으며, 참 이치를 찾아 얻어야 한다. 그리하면 이는 천지간의 탁약(槖籥: 풀무, 곧 우주의 기미를 헤아리는 관건)이요, 인간과 사물의 근본이다. 

◆한줄 생각

흥겨운 상태에서는 흥에 취해 사물이 아름답게만 보이고 대개 본질을 보지 못한다. 비록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꽃이 시들어버린 황량한 상태라도,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깊은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때의 깨달음이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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