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영화시장 좀 먹는 기자·평론가 한줄평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영화시장 좀 먹는 기자·평론가 한줄평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3.27 11:33
  • 호수 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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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배달 시장이 최근 침체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밥을 하기 귀찮을 때, 혹은 시간이 없을 때 배달음식을 먹는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앱을 통한 주문이 표준이 됐고 식당 입장에서는 고객들이 평가하는 별점 관리를 안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자영업자들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온갖 진상손님들에게 당한 ‘썰’을 풀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사연은 한 식당 주인이 500ml 생수 24병만 주문이 들어오자 고민 끝에 배달해줬더니 싱겁다는 이유로 1점을 받았다는 사연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화계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명 코미디언이자 틈틈이 전공을 살려 단편영화를 연출해 온 박성광은 첫 장편 데뷔작 ‘웅남이’를 3월 22일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진행된 언론 시사회를 보고 나온 모 평론가가 그의 작품에 3점(10점 만점)에 해당하는 별점 한 개 반을 준 후 한줄평으로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영화라는 전혀 무관한 평을 남겨 많은 이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관람객의 평이었다면 배달앱의 평점처럼 영화를 ‘구매’하는 타 관람객들에게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으니 무방하다. 그런데 평론가의 언어로서는 자질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하게 부적절하다. 

기자와 평론가는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시사회 덕분에 가장 먼저 많은 작품을 접한다. 그리고 한줄평과 별점을 남기며 관람객들이 영화를 볼지 말지 우선적으로 제시한다. 문제는 이 한줄평과 별점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기자‧평론가는 일반 관람객과 다르다. 한편으로는 영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무조건 긍정적인 이야기를 써서도 안 되지만 본인과 취향이 맞지 않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주관적 감상을 최대한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영화를 들여다보고 평가해야 한다. 한줄로는 절대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다. 수백 명이 수개월간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을 한 번 보고 스무 글자도 안 되는 문장으로 평가하는 행위가 과연 공정한지 묻고 싶다. 

더군다나 영화를 대중예술로 평가해야 할 기자‧평론가가 예술에 해서는 안 될 별점을 아무 죄책감 없이 매기는 것을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영화는 상품이면서 작품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고객이 평가하고, 기자‧평론가는 작품의 가치를 발굴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자기 눈에 부족한 영화라도 관람객들이 즐길 포인트를 찾아 주는 것이 우선이다. 영화시장이 망하면 결국 기자‧평론가도 같이 짐을 싸야 한다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새겨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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