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3.03.27 13:18
  • 호수 8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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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현재 65세 이상의 건강상태는

100년 전과는 크게 달라져

노인의 나이기준 바꿀 필요 있어

건강상태와 사회활동 여부로

노인 정의하는 시대 올 수도

몇 살부터 노인일까? 대부분의 국가에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한다. 그러면 64세까지는 노인이 아닌데, 65세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기에 노인이라고 하는 것일까? 예전과 달리 지금은 65세가 넘어서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 분들이 많은 데 노인의 나이 기준은 왜 바뀌지 않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노인의 나이 기준이 65세가 된 것은 의학적인 이유보다는 사회·경제적인 기준이 반영된 결과이다. 프로이센의 재상이었던 비스마르크가 1889년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 연금보험 제도를 마련하면서 70세 이상을 연금 지급 대상으로 정했고, 이 연령이 1916년부터 65세로 낮아졌다. 

1950년대부터 유엔이 고령지표를 산출할 때 이 기준을 받아들여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65세가 노인의 기준 나이가 된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평균수명이 60세를 넘지 못했던 것을 고려하면 65세를 노인의 나이 기준으로 정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100년 전 65세 이상의 건강상태와 현재 65세 이상의 건강상태는 매우 다르고, 건강수준 이외 사회적 역할이나 신체 및 인지 기능상태 등을 종합해보면 노인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생활여건의 개선 및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노인의 나이 기준을 65세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일본 노인병 학회에서는 7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자고 발표한 바 있다. 그 근거로 보행속도와 악력과 같이 신체 노쇠를 반영하는 지표를 살펴보면 최근 20년 동안 노인들의 건강상태가 뚜렷하게 개선되면서 이전보다 노화에 의한 신체 변화가 10년가량 늦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노인의 건강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에 65세로 정의하였던 노인의 나이 기준을 10년 미루어 75세 이상으로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의 나이 기준이 달라지면 연금, 정년, 사회복지 지원 등 여러가지 문제가 영향을 받고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78년 정년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한 데 이어 1986년에는 정년제 자체를 폐지했다. 정년을 정하고 일정 연령이 넘어서면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나이에 따른 차별이라는 이유로 정년제를 폐지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대학교수 중에는 80세가 넘더라도 활발하게 연구와 강의를 수행하며 현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있다. 영국에서도 65세였던 기본 퇴직 연령을 2010년 폐지했다. 그러나 그 이외의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정년 제도가 있고 정년 이후 연금 제도와 복지 제도가 시작된다. 

이와 같이 나라마다 정년제도와 국가 사회안전망 확보 정도가 다르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노인의 나이 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의 지하철 무임승차제도와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노인의 나이 기준을 다시 정하는 과정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보다 노인들이 건강해졌다는 사실은 축복받은 일이고 모두가 기뻐해야 할 현상이지만 관련된 여러문제들을 같이 고민해 나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얼마 전 UN에서 노인의 기준을 바꾸어서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으로 정했다는 뉴스가 널리 퍼진 바 있지만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내용이다. 아마도 이전보다 건강해진 고령층의 건강수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짜뉴스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66세에서 79세를 중년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전반적인 건강수준이 개선되고 만성질환에 대한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실제로 중년과 노년의 나이 기준이 크게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마다 노화가 진행되는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에는 특정한 나이 기준에 따라 노인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상태와 사회적으로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는가에 따라 노인을 정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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