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매력 가진 경주역사유적지구, 낮에는 고풍스럽고, 밤에는 고혹적이다
다양한 매력 가진 경주역사유적지구, 낮에는 고풍스럽고, 밤에는 고혹적이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03 11:03
  • 호수 8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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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역사유적지구는 기존 세계문화유산에다 복원한 월정교와 상업적으로 새로 조성한 황리단길 등이 더해지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벚꽃이 핀 월정교의 모습.
경주역사유적지구는 기존 세계문화유산에다 복원한 월정교와 상업적으로 새로 조성한 황리단길 등이 더해지면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벚꽃이 핀 월정교의 모습.

‘한국의 피라미드’라 불리는 ‘대릉원’, 신라의 천문관측대인 ‘첨성대’

 연못에 비친 누각 ‘동궁과 월지’, 현대적 감성의 ‘황리단길’도 매력 만점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그저 좋다는 말밖에 안 나오네요.”

지난 3월 26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의 동궁과 월지에서 만난 김옥경(68) 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친구들이 여행을 제안했을 때만해도 큰 기대를 안 했지만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주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김 씨는 “40여년 만에 다시 방문했는데 그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달라졌다”면서 “내년에는 가을 경주의 정취를 느끼러 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와 함께 국내 최대 관광지로 꼽히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볼거리가 다양하다. 경주역사유적지구(남산·대릉원·산성·월성·황룡사지구)를 비롯해 불국사, 석굴암, 양동마을, 옥산서원 등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으로 가득하다. 이로 인해 경주 곳곳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3~4일은 걸릴 정도. 

기자가 방문한 3월 26일~27일에는 예년보다 일찍 만개한 벚꽃 덕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코로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을 줬다. 일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었지만 예전처럼 천년고도의 매력을 만끽하고 있었다. 기자는 경주역사유적지구, 그중에서도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 그리고 최근 젊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황리단길을 중심으로 돌아봤다. 

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국사‧석굴암이지만 경주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대릉원이다. ‘한국의 피라미드’라 불릴 정도로 대형 고분이 즐비한 곳이다. 실제로 대릉원이 조성되기 전에는 능을 언덕이라 생각해 아이들이 고분 위에 올라 미끄럼틀을 타는 등 뛰놀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주는 다양한 나무가 곳곳에 심어져 있어 사계절에 따라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를 바꿔 말하면 계절별로 인기 있는 장소가 다르다는 것이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벚나무가 길게 늘어선 대릉원 돌담길이 명소다. 대릉원 후문에서 시작되는 돌담길을 따라 예년보다 일찍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며 10여 분을 걷다 보면 정문이 나타난다. 성인 1인당 3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단, 무료입장을 위해선 나이 확인에 필요한 신분증 지참이 필수다.

대릉원에서는 천마총과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이 밝혀진 미추왕릉, 그리고 그 규모가 경주에 있는 고분 중에서 가장 큰 황남대총 등을 놓쳐선 안 된다. 여기서 ‘총’은 무덤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고분을 말한다. 

황남대총은 2개의 원분이 남북으로 연접된 표형분으로 동서 지름 80m, 남북 지름 120m, 남분 높이 22m, 북분 높이 23m에 이르는 신라 최대의 봉토분(封土墳)이다. 황남대총 남분의 피장자(묻힌 사람)는 남자, 북분의 피장자는 여자이며, 신라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대릉원에서 가장 유명하고 고분의 구조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천마총은 사실 황남대총 발굴을 위해 시험 삼아 발굴한 고분이다. 그런데 천마도와 금관 등 국보급 유물들이 대거 출토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야간에 첨성대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야간에 첨성대를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대릉원에서 10분쯤 걸어가면 그 유명한 첨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이 석조 건축물은 신라 선덕여왕 때(632~647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첨성대는 그 말뜻이 ‘별을 바라보는 대’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천문관측대로 받아들여졌다. 정상부에 놓인 우물정자형 사각 틀과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면서 둥그스름해지는 상방하원 형태의 곡선형 조형미는 가히 신라인의 하늘 이상을 잘 담아내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첨성대는 낮에는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기지만 밤이 되면 자주빛 조명을 받아 고혹적 분위기를 뽐낸다. 첨성대 외에도 경주역사유적지구 전체가 낮과 밤이 전혀다른 야누수적인 면모를 갖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 하면 단연 동궁과 월지다. 어르신들에게는 ‘안압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곳은 신라 왕궁의 별궁터로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를 베푸는 장소로도 쓰였다. 연못 가장자리에 굴곡을 주어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못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좁은 연못을 넓은 바다처럼 느낄 수 있도록 한 옛 신라인의 뛰어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밤이 되면 누각과 연못, 숲이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낸다. 특히 연못에 반사된 전각과 나무의 모습이 압권이다. 아무데서나 찍더라도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 만큼 빼어나다.

최근 뜨고 있는 ‘황리단길’은 젊은 경주를 담고 있다. 대릉원 인근 황남동 일대의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로 전통 한옥 스타일의 카페와 식당, 사진관 등이 밀집해 있다.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돼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십원빵, 첨성대 초콜릿 등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유명 맛집들로 인해 식도락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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