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 인천 서구지회장 “경로당 회장은 즐겁게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 무거워”
조재길 인천 서구지회장 “경로당 회장은 즐겁게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 무거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4.17 09:46
  • 호수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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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환경개선비용 인상 해결…남은 공약도 꼭 실현해 보답할 것

건강관리 잘 해 경로당에 나오고…화합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책임감 때문에 개인적인 볼일도 마음대로 못 볼 정도다.”

조재길(82) 대한노인회 인천 서구지회장은 취임한 지 4개월이 채 안됐다.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조 지회장에게 ‘지회장 해보니 어떠신가’라고 묻자, “경로당 회장, 지역회장(분회장), 수석부회장을 할 때는 즐거워서 했는데 지금은 책임감이 무겁다”며 “잠깐 자리 비울 일이 생겨도 사무국장에게 행선지를 밝히고 다녀올 정도”라고 대답했다. 

지난 4월 11일, 인천 서구노인복지관 3층의 서구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 지회장은 “살아오면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며 “지역의 대형병원과 협약을 맺고 어르신들에게 많은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인구는 59만8600여명, 노인인구는 7만2000여명이다. 인천 서구지회에는 14개 지역회, 250개 경로당, 회원 8600여명이 있다. 조재길 인천서구지회장은 과거 물류유통·건설업 등에 종사했다. 서구지회 경로당 회장, 지역회장, 감사, 수석부회장, 인천연합회 감사 등을 지냈다.

-인천 서구는 어떤 도시인가.

“인천의 10개 구·군 중 면적이 가장 넓고, 경로당도 가장 많다. 노인 비율(12%)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서울과 가깝고 아라뱃길, 녹청자박물관, 청라호수공원 등 문화공간이 풍부하며, 노인이 살기 좋은 쾌적한 환경을 갖고 있다.”

-경로당 회장 활동비 인상을 공약했는데.

“전임 지회장 때 지급하던 활동비(5만원) 액수를 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구청장을 만나 상세하게 이야기를 하고 협조를 구하려 한다. 통장도 30만원을 받는데 그보다 훨씬 봉사를 많이 하는 경로당 회장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드려야 하지 않겠나. 사실 그런 점에서 볼 때 10만원도 큰돈이 아니다.”

-경로당 보조금은 어떤가.

“경로당 한 곳 당 보조금이 30만원 선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인상하려고 한다. 요즘 물가가 오르면서 부식비가 많이 들어가 경로당에 어려운 점이 많다.”

-양곡 지원은 괜찮은지.

“회원 수에 따라 배급량이 차이가 나는데 회원이 많은 경로당에선 쌀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 사찰로부터 쌀 300포를 기부 받아 경로당에 나눠주기도 했다. 양곡관리법을 만들어 농민을 돕겠다는 등 쌀이 남아도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경로당에선 모자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재적소에 배분돼 남거나 부족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공약에 경로당 환경개선사업 예산 인상이 포함됐다. 그건 구청 소관이 아닌지.

“환경개선사업은 TV·냉장고 등 가전제품 같은 비품 지원을 말한다. 우리 경우는 구청에서 예산을 받아 경로당에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5000만원이었던 예산이 8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장판 교체 같은 큰 비용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구립경로당은 구청에서, 아파트경로당은 관리사무소에서 지원해준다.”

조재길 인천 서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조 지회장 뒤편이 김동현 사무국장.
조재길 인천 서구지회장(앉은 이)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조 지회장 뒤편이 김동현 사무국장.

-노인일자리는 어떤가.

“서구는 노인인력개발센터, 노인문화센터 등에서 일자리를 주관한다. 노인회만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어르신들께 제공할 생각이다.”

-경로당 급식도우미 사정은 어떤가.

“경로당 한 곳 당 2명씩 배치하는데 거리청소 같은 일자리에는 사람들이 몰리지만 급식도우미는 피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 맛이 어떻다는 등 사소한 불평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경로당 회장도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청에선 지원을 잘 해주는지.

“구청장께서 어르신을 공경하고, 경로당도 자주 찾아가 불편한 사항을 묻고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신다. 위에서 언급했던 환경개선사업 예산도 강범석 구청장께서 처음 2000만원에서 시작해준 것이 현재의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다. 어버이날 함께 식사 예정도 있다.” 

-지회장 선거에서 당선을 예감했는지.

“갑작스럽게 선거에 나서게 된데다 상대후보가 여러모로 낫다고 판단돼 당선은 언감생심이었다. 실패하면 노인회를 떠나는 건 물론 이사까지 갈 각오를 했었다(웃음).” 

-당선 비결이라면.

“2006년에 경로당 회원이 된 후 경로당 회장, 지역회장, 감사, 수석부회장 등 17년 간 노인회와 인연을 이어오며 지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경로당애로사항청취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어르신들에게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경로당애로사항청취의원장은 무얼 하는 자리인가.

“경로부장, 부회장과 함께 경로당을 순회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일을 한다. 우리 서구지회만이 하고 있는 좋은 사업으로 생각한다. (사무실 벽에 걸린 행사계획표를 가리키며)보다시피 매주 수요일마다 3~5곳의 경로당을 방문하기로 돼 있다.”

-경로당 회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고.

“경로당을 노인들만 있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불러다 함께 전통놀이도 하고, ‘행복한 밥상’이라고 해서 대학생들이 경로당에 와서 외국 요리를 만들어 같이 먹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경로당을 드나들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자연스레 경로당을 찾아와 봉사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했던 김동현 사무국장은 “지회장님이 계셨던 경로당이 인천시 전체 경로당 중에서 운영을 잘하는 경로당으로 뽑혀 상을 받았을 정도로 경로당 활성화를 잘 했다”며 “관내 기관, 단체 등에서 경로당에 관심을 많이 갖자 회원들이 차기 회장이 되겠다고 너도나도 나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로당 프로그램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

“경로당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 회장들이 안 해본 일이라 처음엔 두려워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한번 해보니 반응도 좋고 성취감도 생기더라. 경로당 회장들에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해보라고 권한다. 복지관에서 복지사들을 경로당에 파견해 노래, 요가, 안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조재길 인천 서구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경로당 회원 중 당뇨로 경로당에 나오지 못하는 회원을 보면서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건강해서 경로당에도 나오고, 화합하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노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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