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전, “어르신, 쌀을 ‘저축’하던 절미통 기억하시지요”
‘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전, “어르신, 쌀을 ‘저축’하던 절미통 기억하시지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17 10:59
  • 호수 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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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다채로운 재테크 역사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재테크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다채로운 재테크 역사를 재조명한다. 사진은 재테크 관련 자료를 살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광복 이후 현재까지의 저축·복권·주식·부동산 등 재테크 소개

계 방식 상세히 다룬 ‘삼일계’ 장부, 복권·저축 결합 복운예금 등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나무상자 하나가 전시돼 있었다. ‘절미상’(절미통)이란 이름 옆에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금소한데 군색없다’(검소한데 군색없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현재와 달리 이 당시 쌀은 환금성(換金性) 높은 곡식으로, 아끼는 것만으로도 저축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은 ‘쌀’을 비롯한 다양한 재테크를 통해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광복 이후 현재까지 대한민국 재테크의 역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6월 25일까지 진행되는 ‘목돈의 꿈: 재테크로 본 한국현대사’ 전에서는 복권부터 저축, 부동산, 주식 등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총 230건의 자료로 쉽게 풀어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목돈이 가진 의미와 전시 주요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영상 콘텐츠가 관람객을 맞는다. 시사 네 컷 만화 헹가래로 유명한 유환석 화백이 한국인들의 목돈 마련 이야기들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이어진 공간에서는 ‘절미통’ 등 근대 금융기관 도입 이전의 목돈 마련 방식을 소개한다. 은행 이용이 쉽지 않던 시절에는 목돈 마련을 위해 ‘계(契)’를 많이 활용하기도 했다. 전시장에는 1956년 일반인 세 명이 작성한 ‘삼일계’ 장부를 소개한다. 계의 설립 배경과 계모임 날짜, 곗돈 이자에 대한 규칙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돈을 모아 융통한 ‘계’는 순번에 따라 내가 낸 돈보다 더 많은 ‘목돈’을 만들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각종 사건·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돈을 들고 도망간 계주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사람들의 사연이 뉴스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절미통
절미통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와 경제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실상 강제적인 방식으로 저축을 장려한 시절도 있었다. 

1960∼1970년대 전국 단위의 저축운동을 통해 직장은 물론 지역별로 저축조합을 결성해 매월 일정액 이상을 저축하도록 한 것이다. ‘우방 원조 의존 말고 저축으로 자립하자’, ‘매미처럼 후회 말고 개미처럼 저축하자’처럼 저축을 독려하던 표어는 당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1965년 고물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은행이 30%대 정기예금 상품을 만들었던 사례는 현재 금리와 비교해 관람객들을 놀라게 한다. 시대별 금리를 통해 목돈 마련 시나리오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의 저축일지’ 체험도 할 만하다.

또 광복 이후 발매된 복권의 역사도 소개한다. 과거 복권 추첨 영상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광복과 전쟁의 격변 속에서 물가 상승 억제와 경제개발 재원 마련을 위해 복권과 저축을 결합한 복운예금은 사람들에게 인기 상품이었다. 복운예금 1등 당첨자는 당시 돈으로 1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는 당시 고소득군에 속한 목수의 평균 월급(12.1원)의 688년치 임금이다. 이와 함께 올림픽 참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복권부터 공공주택 기금을 조달하기 위한 주택복권, 오늘날의 로또 등도 볼 수 있다. 

내 집 마련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한국의 독특한 주택제도인 전세와 전체 주택 중50%가 넘는 아파트 거주의 역사, 3400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 분양 안내서 등을 다채롭게 전시해 놓았다. 정관 수술을 하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에피소드도 알려 준다. 주택, 아파트를 구매해 입주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어린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주식과 채권을 통한 재테크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도 있다.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개소 상황부터 1970년대 주식경매 입찰 당시 사용했던 함, 증권 거래소 직원이 사용한 호가표 등을 통해 주식거래 방식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경제개발을 위해 국민들에게 투자를 권하고 소액 채권으로 경조사비를 내도록 권하던 시절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이 10억원으로 투자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2~4명이 모여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옮기며 미션에 따라 투자하는 일종의 보드게임이다. 예금, 부동산,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대한민국의 주요 경제 변동 상황에 해당하는 수익률 변화를 주사위 게임을 통해 확인하면서 자산 투자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말판에는 ‘주가 폭락’, ‘오일 쇼크’ 등 다양한 조건과 상황이 주어져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혜로운 경제 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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