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홈리스 월드컵 축구팀 이야기… 색다른 웃음과 감동
영화 ‘드림’, 홈리스 월드컵 축구팀 이야기… 색다른 웃음과 감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4.24 14:20
  • 호수 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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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선다. 사진은 극중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인 ‘홍대’를 연기한 박서준(왼쪽)과 다큐멘터리 PD ‘소민’으로 분한 아이유의 모습
이번 작품은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선다. 사진은 극중 홈리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인 ‘홍대’를 연기한 박서준(왼쪽)과 다큐멘터리 PD ‘소민’으로 분한 아이유의 모습.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 바탕…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신작

오합지졸 팀의 성장기, 빠른 전개와 재치 있는 언어유희로 풀어내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201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홈리스(집없는 노숙인) 월드컵. 유명 축구선수 출신 ‘홍대’(박서준 분)가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대승을 거둔다. 그런데 관중석에서는 환호 대신 거친 야유가 쏟아진다. 다음날 한국대표팀은 반대로 처참하게 패배를 당한다. 역시나 야유가 쏟아질 거란 예상과 달리 관중석에서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온다. 하루 사이 평가가 뒤바뀐 이 축구팀에는 어떠한 사연이 있을까?

지난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했던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의 사연을 모티브로 한 영화 ‘드림’이 4월 26일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데뷔작 ‘스물’(2015)로 호평받고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의 신작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깐족거리는 기자를 폭행한 탓에 축구선수로서 최대 위기에 봉착한 ‘홍대’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엄마 때문에 선수생활하며 모은 돈을 다 날린 그는 잘생긴 외모를 앞세워 연예인으로 전직을 꾀한다. 다만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지 않고서는 ‘스포테이너(스포츠 연예인)’로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었고 그는 고심 끝에 다큐멘터리로 제작 예정인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참가팀 감독을 맡기로 한다. 

감동 다큐를 통해 이미지 세탁을 꾀한 것. 문제는 잡지 ‘빅 이슈’를 판매하며 자활에 나선 홈리스들로 구성된 팀의 실력이 처참하다는 점이다. 골대로 공을 제대로 차는 선수가 거의 없어 대회에 나가면 망신만 당할 게 뻔해 보였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연출을 맞은 ‘소민’은 홍대에게 자신이 지시한 대로 ‘연기’할 것을 강요하고, 선수 선발에 개입해 다큐로 뽑아내기 좋은, 사연 많은 선수 위주로 뽑는 등 사사건건 간섭하며 귀찮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잘 나가는 사업가였지만 가정폭력을 일삼다 IMF로 망한 ‘환동’(김종수 분), 친구 보증을 잘못 서 가정이 파탄난 ‘효봉’(고창석 분), 열심히 살다 공사장 낙상 사고로 희망을 잃은 ‘범수’(정승길 분), 조폭 출신이라 주장하는 ‘문수’(양현민 분), 홈리스가 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건장한 신체를 가진 ‘영진’(홍완표 분)이 최종 대표선수로 선발된다.

홍대는 오합지졸 선수들을 이끌고 연습에 나서지만 그나마 골대 안으로 공을 차는 유일한 선수였던 ‘환동’이 부상을 당하며 재차 위기에 봉착한다. 다행히 홍대는 방황하던 보육원 출신 ‘인선’(이현우)을 영입하며 팀을 정비했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잇달아 휘말리며 대회 출전 자체도 위태로워진다.

이번 작품은 스포츠 영화들에서 뻔히 사용되는 이야기 구성을 그대로 쫓는다. 오합지졸 선수단이 연습을 통해 조금 성장하다 멤버의 개인사로 인해 흔들리고, 대회 출전 자체가 어려워질 위기에 처하지만 끝내 참가해 박수받는다는 구조를 차용한다. 다만 이러한 식상함은 ‘극한직업’ 등을 통해 보여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언어유희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펀’(Fun)하게 극복한다. 또 다소 시시콜콜할 수 있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사연도 ‘유튜브 시대’에 걸맞은 빠른 편집으로 지루함을 줄이는 데도 성공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시종일관 유머 코드가 넘치지만 그 너머에서는 홈리스들을 향한 편견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비록 1등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격려한다. 극중 홈리스 축구단 선수들은 여전히 집이 없어 고시원 등을 떠돌지만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목청이 터져라 ‘빅 이슈’를 외치며 차근차근 자활 단계를 밟아간다. 

연습 도중 ‘그지 같네’라는 홍대의 호통에도 ‘틀린 말은 아니다’며 웃어넘기고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극중 ‘더럽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후원을 철회하는 기업처럼 여전히 세상은 그들을 편견이 가득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이들이 진정성 있게 축구를 대하는 모습을 통해 1등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코미디 영화인 만큼 배우들의 찰진 연기와 호흡이 빛을 발한다. 박서준은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서서히 선수들을 보듬고 더 나아가 자신마저 성장하는 홍대 역할을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아이유 역시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를 적절하게 살려내며 박서준과 좋은 합을 이뤄낸다. 또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등도 아픈 과거를 이겨내는 홈리스 축구단원으로 분해 작품에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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