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 소속 그린노은봉사단 “삽·곡괭이로 배수로 뚫어…‘아무나 못해’”
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 소속 그린노은봉사단 “삽·곡괭이로 배수로 뚫어…‘아무나 못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02 14:42
  • 호수 8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노인회 유성구지회 소속의 그린노은봉사단원들이 공원 내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유성구지회 소속의 그린노은봉사단원들이 공원 내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역사공원 산책로 자연보호 및 시설물 관리 등

2022년 자원봉사대축제서 대한노인회장상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우리는 거의 ‘노가다’에 가까운 봉사를 한다.”

4월 24일, 안희영(82) 그린노은봉사단장은 자기들의 활동이 일반적인 자원봉사의 수준을 넘어 ‘몹시 힘든 작업’이라는 의미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 봉사단이 활동하는 대전 유성구 노은동의 노은비공원과 두루봉공원은 산 아래 위치해 비라도 세게 오면 토사와 낙엽 등이 쓸려 내려가 배수로를 막는다. 

안희영 봉사단장은 “우리는 봉사할 때 비닐봉지나 집게를 드는 대신 삽, 곡괭이 등을 사용해 무너지고, 파헤쳐진 데를 메꾸고 뚫는 식”이라며 “호기심에 봉사단에 들어왔다가 견디지 못하고 며칠 만에 나가는 분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대전 유성구지회(지회장 신기영) 소속의 이 봉사단은 유성구 노은2동 열매마을6단지경로당 회원 20명이 주축이 돼 2015년 6월에 결성됐다. 75~84세 남성 어르신들로 대부분 경찰, 교사, 군인 등 공무원 출신이다.

봉사단은 한 달에 두 번 ▷공원 산책로 자연보호 및 금지행위 계도와 시설물 유지관리 보조 ▷식물 관리와 제초작업 ▷음수대 청결 유지 ▷토사와 낙엽 제거 ▷관내 순찰 등의 다양한 봉사를 해오고 있다. 

이 봉사단원들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적이고 강도 높은 일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안 단장의 풍부한 사회 경험과 경륜 덕분이다. 안 단장은 과거 공무원, 전기기술자, 전파사 운영 등 6가지 직업을 두루 거치면서 생활 불편이나 고장 등은 척척 해결하고 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  

열매마을6단지경로당 회장이기도 한 안 단장은 경로당도 열정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안 단장은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경로당으로, 회원들이 대형 TV를 통해 건강 체조, 요가 등을 따라하며 건강을 관리하고, 스마트폰·컴퓨터 교육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 출신의 이한주(82) 봉사단원은 “공원 내의 은구비유아숲 체험지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놀이기구와 시설물을 주기적으로 정비하고 나무뿌리 등을 제거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쓴다”며 “계절에 맞춰 피는 화초에 이름표를 붙여놔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린노은봉사단의 희생과 헌신적인 봉사로 공원은 청결하고 산책하기 좋은 공간으로 바뀌었다.  

오세풍(82) 단원은 “대전선사박물관이 있는 은구비공원은 청동기시대의 유물이 많이 출토되는 역사 깊은 유적지로, 노은동유적은 대전광역시기념물 제38호로 지정돼 있다”며 “주민들이 공원에서 운동하고, 즐겁게 산책하고, 힐링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봉사단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22년 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수상했다. 

유계식(79) 단원은 “개인적으로 사비를 들여 봉사할 정도”라며 “활동비가 인상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기영 유성구지회장은 “그린노은봉사단원들의 평균 연령에 비해 일의 강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8년) 변함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해줘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