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림 대한노인회 경북 경산시지회장 “나이만 많다고 다 어른 아냐…솔선수범 보여야 해요”
최재림 대한노인회 경북 경산시지회장 “나이만 많다고 다 어른 아냐…솔선수범 보여야 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08 10:55
  • 호수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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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행복선생님 운영 대상 수상,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 등 성과

지회장 선거 오랜 관행(추대 형식) 허물고 경선 도입으로 지회 혁신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대한노인회 경북 경산시지회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경산시지회는 오랜 세월 관행대로 운영 돼와 정체된 면이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지회장 선거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후보자 한 사람을 추대하는 형식으로 치러져 조직 내에 불만이 누적되곤 했다. 그러다가 2021년 3월, 공정한 경선으로 치러진 제10대 경산시지회장 선거를 계기로 지회가 환골탈태 해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양자 대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최재림(84) 제10대 경산시지회장은 당선 소감을 통해 “그동안 추대만 해오다 처음 선거를 통해 지회장을 선출하는 것이어서 대의원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며 “이번 선거가 주는 의미를 살려 소통과 화합으로 공정하게 지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 지회장은 상대 후보를 노인대학장으로 영입함으로써 탕평과 화합의 솔선수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산시 인구는 28만여명, 노인인구는 4만5000여명이다. 경산시지회에는 389개 경로당, 회원 1만9400여명이 있다. 최재림 지회장은 하양읍 출신으로 젊은 시절 교육직에 종사했다. 경산시 유림연합회 회장, 경북 향교발전협의회 회장, 경산시 번영회장, 하양육영재 훈장 등을 지내며 정신적 지도자로서 지역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대한노인회 하양경로당 회장, 하양분회장, 지회 부회장을 지냈다. 교육부장관상, 경산시민상, 경북도지사표창, 경북연합회장상을 수상했다. 

-경산시는 어떤 도시인가.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가장 많아 영남대, 대구한의대 등 11개 대학이 있다. 신라시대 고승 원효와 그 아들인 설총, 삼국유사를 편찬한 일연 등 삼성현(三聖賢)이 태어난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취임 3년째이다. 그간의 사업 성과라면.

“우선 경로당행복선생님(도우미)사업을 통해 경로당이 일신하고 있다. 행복선생님들이 경로당을 순회하며 요가, 체조, 노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경로당의 애로사항을 수집해 전달하는 등 지회의 손발처럼 움직이며 어르신들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있다.”

-최근 ‘백세시대’에서 실시한 ‘경로당에서 만난 인연’ 전국 공모에 경산시지회의 행복선생님이 당선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았다가 3년 만인 지난 4월 말에 치러진 노인대학 입학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상민 행복선생님이 참석자들 앞에서 당선작을 낭독해 큰 박수를 받았고, 저도 그 내용에 감동을 받았다. 26명의 행복선생님 중 남성이 3명인데 이 선생님이 그 중 한 명이다. 열심히 하시고 계셔서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번에 ‘백세시대’의 이벤트로 경로당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해 다 같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됐다.”

-경산시지회 행복선생님들이 운영 평가에서 대상도 받았다고.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엄격한 심사를 통해 행복선생님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한 결과이다. 우리 행복선생님들의 수고가 남다르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팬지 등을 무상으로 공급받아 홀몸 어르신들의 정서적 안정과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전달했고, 한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시라고 천연모기퇴치제를 구입해 경로당에 보급하기도 했다.”

최 지회장은 이어 “현재 경로당행복선생님들이 사무실로 사용하는 노인회관 1층 공간이 비좁고 불편해 조만간 넓고 쾌적한 사무실을 확보해 이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재림 경산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최 지회장 왼편이 이재규 사무국장.
최재림 경산시지회장(사진 중앙)이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최 지회장 왼편이 이재규 사무국장.

-경북도의 경로당밑반찬사업과 경로당깔끄미사업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께서 처음 시작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처음에는 시·군에 균등하게 예산이 지원됐다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로당 수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있다. 경로당 수가 많은 우리 경우는 올해 밑반찬사업 예산이 4억3000만원에 달한다. 경로당 청소 등으로 27만원을 받는 깔끄미사업도 인기가 높다. 이 두 가지 사업에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니 도지사께 특별히 감사해야 할 일이다.”

-경로당 회장을 지역봉사지도원으로 위촉해 수당을 지급한다고.

“경로당 회장은 통반장보다 훨씬 수고를 많이 하고 책임 질 일도 많은데 그에 반해 보수가 하나도 없다. 이분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도 꼭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시에 건의해 올해 1월에 성사시켰다. 경산시장께서도 ‘어른 세대와 어린이 세대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복지 철학을 갖고 계신 분이라 협조가 가능했다. 액수(5만원)가 크지는 않지만 일단 물꼬를 튼 셈이니 추후에 현실화 될 것이라고 본다.”

-교육자로서 우리나라 공교육 발전에 헌신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젊은 시절에는 아이들도 가르쳤고, 나중에 행정실장을 오래 했다. 1980년대 초 모기업에서 고등학교를 설립한다며 그 일을 저에게 맡겼다. 맨땅에 교실을 짓고 학생을 모집하는 등 8년간 죽자 사자 일만 했다. 그 학교가 지금의 대구 동부고등학교이다. 지금도 그 학교를 보면 성취감을 느낀다.”

-지역에서 많은 봉사를 했다.

“조선 후기에 집안 사정 등으로 성균관에 진학 못한 유생들을 대상으로 학문을 가르치는 지방교육기관인 육영재(育英齋)가 전국에 세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3년 전 경상북도 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된 하양육영재이다. 거기 훈장을 10년 간 하면서 기울어진 한옥을 바로 세우고, 진입로도 넓히고 해서 1823년 창건 당시의 건물로 원형을 복원해 강학도 펼쳤던 일이 보람 중 하나로 기억된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대한노인회가 생기기 전에 하양에는 노인회가 있었다. 번듯한 건물도 가지고 있었고. 경로당에 나오라는 권유로 나갔고 회장까지 맡게 됐다. 분회장이 돼 지회를 왕래하다 시정해야할 부분이 눈에 띄어 지회장 선거에도 나서게 됐다.”

-대한노인회 중앙회에 건의사항은.

“3선은 과한 욕심이다. 중임이 적당하다. 70~80대 중반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80대 후반에 (회장이)되려는 건 곤란하지 않나.”

경산시지회는 연말에 불우이웃성금도 내고, 산불 피해지역에 성금도 건네고, 독지가로부터 기부 받아 어려운 이웃에 전달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최재림 경산시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고 어른답게 솔선수범을 해야 어른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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