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전 국민에 금융교육을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전 국민에 금융교육을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5.08 11:16
  • 호수 8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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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이 집에 근저당권이 1억 정도 설정돼 있어요. 그런데 집값에 비해 적은 편이니 걱정 안해도 돼요.”

몇 해 전 신혼집 전세계약을 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들은 말이다. 문학을 전공하고 평생 수많은 책을 읽어왔지만 ‘근저당권’이라는 말은 이날 처음 들어봤다. 어리둥절해하는 필자의 표정을 읽었는지 중개사는 임대인이 집을 구매할 때 은행에서 빌린 돈이라고 설명해줬고 그제야 이해를 했다. 

부동산 계약은 처음인데다가 빚을 끼고 있는 집에 전세 계약을 맺고 들어가는 것은 뭔가 찜찜했다. 그럼에도 중개사의 약속을 믿고 계약을 했고 다행히 몇년 뒤 무사히 이사할 수 있다. 그러다 최근 쏟아지는 전세 관련 뉴스를 보면서 당시 필자의 결정이 현명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살면서 처음 해본 부동산 계약이었지만 알려주는 사람은 가족과 지인들이 전부였다. 문제는 가족과 지인 역시 매달 부동산 계약을 하는 건 아니어서 정확히 알지는 못하고 대략적으로만 알았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 역시 부정확한 것이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었지만 요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보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전세 사기만큼이나 사회적으로 떠들썩한 것이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의심 사건이다. 피해자만 1000명이 넘고 피해액도 조 단위로 추산되는 사건으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황당한 사실은 피해자 대부분이 자신의 투자금이 어떤 상품에 투자되는지도 몰랐다는 점이다. 즉, 부족한 금융상식 탓에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다. 실제로 대학교 이상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이 가장 많은 축에 속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2018년)한 ‘세계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금융이해력은 142개국 가운데 77위로 금융문맹률이 67%에 달했다. 초중고 때부터 꾸준히 교육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대학교 졸업을 앞둔 예비 사회초년생들에게 ‘교양 필수’로 듣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금융 상식 교육과 함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예컨대 부동산 계약을 맺을 때 정부에서 제작한, 계약 시 챙겨야 할 주요 사안 등이 담긴 영상을 시청한 후 수료증을 제출해야 가능하도록 바뀐다면 적어도 무지에서 오는 사기 피해는 줄일 수 있다. 

금융 사기는 한 번만 당해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 교육 강화와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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