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 보기 안타까워”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통령 보기 안타까워”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08 11:46
  • 호수 8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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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강제징용 해법이 굴욕적이라며 비난 일색이다.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일본에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절대 안 되는 일인데 먼저 ‘수구리’ 했다고 난리다.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고, 배상도 일본이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반면에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한 입장은 처음과 끝이 같다. 강제징용도 아니었고, 배상은 박정희 정권 당시 한일협정(1964년)으로 퉁쳤다는 것이다. 

일본은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들어줄까. 그건 언제쯤일까. 불행히도 대답은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해가 서쪽에 뜬다고 해도 일본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일본의 사죄를 받으려면 그들의 입을 강제로 벌리게 하고, 양손을 붙잡아 손해배상청구서에 도장을 찍게 하는 등 물리적으로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즉 일본과 무력을 통한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해 그들의 무릎을 꿇게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얘기다. 

강제징용 문제가 왜 이 시간에 뜨거운 감자가 됐을까. 문재인 정부의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김명수 대법원’이 강제징용에 대한 새로운 판결을 내림으로써 한일 간 외교안보 및 무역 거래가 단절·축소됐고, 양국 간 해묵은 감정이 격화된 것이다. 그로 인한 사회 갈등과 외교안보 불안, 경제적 손실은 이루 다 말 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최고법원이 과거 강제점령 등으로 인한 사과 및 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의 판결을 미룬 채 캐비닛에 방치해놓는 이유이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순신 장군에 대패하자 이를 갈았다. 임진왜란 휴전협정이 잘 안되자 도요토미는 정유재란을 일으켜 순천왜성을 쌓는 등 다시 한 번 조선을 짓밟았다. 그 때 도요토미는 “움직이는 건 모조리 죽여라, 아이까지도”라고 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조선인이 살해됐고, 희생자의 코로 쌓은 무덤이 일본에서 발견되기까지 했다. 사과나 배상을 따지자면 강제징용은 임진왜란과 비교해 먼지만큼 소소한 부분이다. 정말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다면 임진왜란을 소환해야 한다. 

과거 군사정권은 대일 적대 감정을 앞에 내세우고 뒤에선 그들만의 ‘권력놀이’에 몰두했다. 뿌리 깊은 한과 원망을 안고 있는 국민 정서를 정치에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요직을 꿰찼던 운동권 출신들이 이 점을 간과할 리 없었다. 미워하는 자로부터 배운다는 옛말도 있지 않나. 그 결과 한일 양국은 지난 5년 동안 서로 입을 꽉 다물고 문을 걸어 잠갔다.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의 총리 사이에는 DMZ보다 더 폐쇄적인 장막이 쳐졌다. 

조상대대로 원수가 돼 서로를 침략하고, 침략 당하던 나라가 프랑스와 독일이다. 그런데 이들 나라의 지도자들이 오늘날에는 각별한 친구 사이가 됐다. 오전에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식사를 같이 할 정도이다. 그렇다고 두 나라 국민이 서로에게 가한 잔혹한 행위와 경제적 손실을 깨끗이 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겉으로 내색만 하지 않을 뿐이다. 그게 국제외교의 기본이자 미래와 후대를 위한 바람직한 국제관계라서다.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은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빈손 외교'라며 우리만 손해 봤다고 목청을 높인다. 그런데 눈을 활짝 뜨고 보시라. 일본이 최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킨데 이어 기시다 총리가 한국 답방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외교적 성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4년 만에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됐다는 것은 한일 간 무역거래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이고, 총리의 방한은 양국 간 외교안보가 재개됐다는 의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제적 외교정책이 없었다면 이 시간까지도 불가능한 일이다. 포퓰리즘에만 기대 국가를 운영했던 문재인 정부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이 시간에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욕은 욕대로 먹으면서 직전 정부의 쓰레기를 치우느라 헛되이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옆에서 보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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