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 1960년대 ‘문화 반란’ 일으킨 영국 팝아트를 만나다
DDP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 1960년대 ‘문화 반란’ 일으킨 영국 팝아트를 만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5.08 14:06
  • 호수 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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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초기 영국 팝아트를 이끈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팝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리차드 해밀턴의 ‘가혹한 런던 67’.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초기 영국 팝아트를 이끈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사진은 팝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리차드 해밀턴의 ‘가혹한 런던 67’.

데이비드 호크니, 리차드 해밀턴 등 15인 작품 150여점 선봬

팝스타 가십 기사 다룬 신문을 콜라주한 ‘가혹한 런던 67’ 등 눈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데이비드 호크니(86)의 개인전이 열렸다. 호크니는 ‘예술가의 초상’(1972)이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1만2500달러(한화 1020억원)에 팔리면서 ‘생존작가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미술가’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당시 개인전에는 30만명이 다녀가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호크니가 4년만에 돌아왔다. 단,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초기 브리티시 팝아트를 이끈 14인의 작가들과 함께 영국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7월 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는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60여 점과 팝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는 리차드 해밀턴 등 영국의 팝아트 운동을 이끈 대표 아티스트의 작품 90여점을 소개한다. 한중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1960년대 ‘스윙잉 런던’ 시기 작품부터 이 시대 가장 사랑받는 영국의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까지 10개 공간으로 나눠 영국 팝아트의 성장 과정을 다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스윙잉 런던’ 공간이 관람객을 맞는다. ‘스윙잉 런던’은 1965년 잡지 ‘보그(Vogue)’에서 편집자 다이애나 브릴랜드가 말한 문장에서 유래된 용어다. 1960년대 영국 런던에서 등장한 문화 및 사회현상으로 기존 세대의 가치관을 거부하는 흐름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기성세대에 반항하면서 생겨난 이 문화는 미니스커트, 밴드음악, 그리고 대담한 색상과 소비자 이미지를 사용한 팝아트를 탄생시켰다. 

피터 블레이크가 참여한 비틀즈 8집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1967) 앨범 커버.
피터 블레이크가 참여한 비틀즈 8집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1967) 앨범 커버.

이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리차드 해밀턴의 ‘가혹한 런던 67’이다. 마약 혐의로 체포된 영국의 록밴드 롤링스톤스 멤버들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가십으로 소화하는 언론을 풍자하는 대형 포스터로, 실제 보도된 지면 기사를 콜라주(종이·타일·헝겊·사진 등 별개의 조각들을 붙여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미술 기법)로 표현한 작품이다. 대중문화와 활발한 협업도 영국 팝아트의 특징인데 특히 대중음악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리차드 해밀턴과 피터 블레이크 등은 앨범커버와 홍보 자료 등 팝 음악의 시각적 이미지에 매료돼 자신의 작품에 접목하는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비틀스의 앨범커버 작업이다. 피터 블레이크가 작업한 8집 커버 앨범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1967), 리처드 해밀턴이 작업한 ‘화이트 앨범’(1968)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커버는 대중문화 아이콘부터 스포츠 스타, 지식인에 이르기까지 70여 명의 당대 유명 인사를 실물 크기로 배치해 비틀즈가 가장 가운데에서 포즈를 취하는 콜라주 형식으로 제작됐다. 현재까지도 가장 위대한 커버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화이트 앨범’ 커버는 흰색 표지에 밴드이름과 일렬 번호만 넣어 대조된 이미지를 보여준다.

팝아트의 또다른 특징은 스크린 프린팅(비단이나 나일론 등 고운 천에 잉크를 밀어내 인쇄하는 방법), 리소그래피(석판화), 오프셋 인쇄(인쇄판과 고무롤러를 사용해서 종이에 인쇄하는 인쇄법) 등 인쇄술을 활용한 ‘대량 생산과 복제’였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인쇄술을 사용한 작품을 통해 팝아트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소개한다.

또 10개 중 3개의 섹션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공간으로 꾸며졌다. 1960년대 스윙잉 런던 시절의 초기 작품부터 중기 이후까지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특히 호크니가 천착한 ‘물’을 소재로 한 두 개의 공간이 인상적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스위밍 풀’은 물의 상징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삶의 에너지와 운동성, 인간의 삶과 순환을 상징한다. 전시장엔 마치 수영장 안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포토존도 준비됐다. 

또 호크니는 무대 디자인, 의상 등 극장 미술에도 활발히 참여 했다. 전시에서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협업한 프랑스 단편 3부작 기념 포스터 등 극작품과 협업 작품을 볼 수 있는데 특유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위트 넘치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와 함께 2010년부터 아이패드로 작업한 수많은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호크니의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진취적인 예술가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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