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재수 기자
[기자수첩] 정재수 기자
  • 정재수 기자
  • 승인 2009.07.22 21:46
  • 호수 1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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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데….
▲ 정재수 기자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뜻 풀이를 해보면 '쓴것이 다하면 단 것이 온다'는 뜻으로, 고생 끝에 즐거움이 옴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지만,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좀 달리 느껴지는 한자성어다. 현재 50만명 가까운 요양보호사들이 배출된 마당에 실제 고용된 인원은 고작 10만명 안팎으로 우선 취업걱정이 앞선다.

취업을 해도 상황이 어렵다 보니 요양보호사나 노인장기요양센터는 등급대상 어르신들을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본인부담금까지 대신 내주기도 하고, 다른 센터 대상자까지도 '뺏고 뺏어'오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교육기관이 자격증을 부정한 방법으로 발급해주다 경찰에 적발, 자격 논란까지 일면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은 또 있다. 어르신을 잘 보살펴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이때부터 요양보호사로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이 시작된다.

어르신들이 재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는 것은 그 만큼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는 반증으로 보람을 느낄 법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상자가 한 명이라도 줄면 수익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성을 다해 보살핀 어르신이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요양시설을 떠나야 한다. 그러나 입소 전 살던 집을 팔아 '이 시설이 내 생의 마지막 거처'라는 심정으로 입소한 어르신들은 돌아갈 곳이 없어 애를 태우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요양보호사들은 어딘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온다.

한 요양보호사는 “자격증을 취득한 뒤 자부심을 갖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지만, 경제적인 여건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에게 걱정 없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들이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의 건강상태가 호전될 경우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과 시설입소 어르신들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재수 기자 jjs@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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