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94] ‘구독’과 ‘좋아요’ 대신 필요한 것
[마음을 여는 고전의 향기 194] ‘구독’과 ‘좋아요’ 대신 필요한 것
  • 송수진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연구원
  • 승인 2023.05.15 10:08
  • 호수 8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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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과 ‘좋아요’ 대신 필요한 것

무릇 눈을 가진 자들은 만약 볼만한 것이 있으면 고개를 숙인 채 그냥 지나는 자가 없으니, 그 욕망이란 것이 이와 같다.

凡有目者苟有可以見

범유목자구유가이견 

則未有低頭而過者也

칙미유저두이과자야 

其爲欲有如是矣

기위욕유여시의

- 윤기(尹愭, 1741∼1826) 『무명자집(無名子集)』 문고    제10책 「간완욕(看玩欲)」


조선 후기 학자 윤기(尹愭, 1741~1826)는 대중의 생활상과 풍속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이 글 또한 윤기가 살던 시대에 대한 비평이 담겨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당시 어가 행렬은 대단한 구경거리였나 보다. 사대부들은 하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부끄러움을 모른 채 뛰어갔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농사일도 내팽개쳐 버리거나, 같이 갔던 가족도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구경하다가 길에서 해산을 하거나 누각에서 헛디뎌 추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렇게 애를 쓰고 달려가도 그들이 실제로 보는 것은 정작 군마가 떼로 달리는 정도였는데 말이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구경거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길가에서 싸움이 나면 아무리 급해도 발을 멈추고 구경하고, 특이한 물건이나 좋은 경치가 생기면 굳이 가서 보고 온다. 윤기는 구경거리가 생기면 남녀노소 앞다투어 달려가는 모습이 마치 미치광이와 다를 바 없다고 보았다.

식욕, 색욕, 재물욕, 명예욕 등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윤기는 구경하려는 욕망이 천하의 모든 욕망 중에서 가장 큰 욕망이라고 지적했다. 윤기는 성현들이 인욕을 경계하라고 가르쳐 주었음에도, 눈이 구경하고자 하는 욕망이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한탄하였다. 그런데 이 욕망에 대한 추구는 안타깝게도 오늘날이라고 다르지 않아 보인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구독’과 ‘좋아요’에 열광하며 오늘도 새롭고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찾으러 다닌다. 이러한 욕망을 부추기는 관찰 예능은 대중이 자신의 욕망을 경계하고 성찰하기를 어렵게 만든다.

시선이 밖으로 달릴수록 남과 의식주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윤기의 지적대로 구경하려는 욕망은 더 큰 욕망을 재촉하게 되니, 그야말로 욕망 중의 가장 큰 욕망임에 틀림없다. 옛사람의 충고를 새겨 밖으로만 내달리는 눈을 잠시 감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어가는 마음을 채울 결단이 필요하다.

송수진 경북대학교 인문학술원 연구원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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