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원추리

거친 땅속 깊숙이 뿌리 내리고
아득한 하늘 우러러보며
한 줄기 햇살에도
팽이 돌듯 서 있던 당신
잊지 못할 지난날의 기억들이
눈물 속에 아른거립니다
밤낮으로 키를 세우며
가는 대궁 끝에
들불처럼 타오르는 여린 꽃잎
밖으로만 떠돌던 그런 날에도
당신은 나를 기다리는
웅숭깊은 우물가에 핀 꽃나무였습니다
어머니! 내게 그랬듯이 평생 갚아도
다 못 달랠 당신의 설움
산그늘 홀로 지키며
두 손 모아 켜든 촛불처럼
바람도 긴 꼬리 사리는
밤에는 더 잘 보이는 어머니의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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