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99-88-234’를 원하면 연령주의에서 벗어나자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99-88-234’를 원하면 연령주의에서 벗어나자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5.15 11:04
  • 호수 8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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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노인 스스로 연령주의에 빠지면

 자신의 신체·정신기능에 부정적

 새로운 것 배우려는 시도 안해

‘내 나이가 어때서’란 자신감으로

 자원봉사, 여가활동 등 계속해야

10여 년 전부터 시니어들 사이에 99-88-234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하고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 아픈 후 죽는다’라는 의미다. 1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 100세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산다는 말과도 같다. 아마 사람들 모두는 99-88-234를 원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출생시 기대수명)은 2021년 현재 남자는 81세, 여자는 87세에 이르렀는데 OECD(경제협력을 위한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들의 모임) 38개국 중 남자는 9위, 여자는 2위(1위 일본)로 높다. 

평균수명은 모든 국민의 평균값이기 때문에 평균보다 훨씬 오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따라서 100세 장수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활기차게 오래 사는 100세 장수를 원할 것이다. 평균수명은 건강한 기간인 건강수명과 건강하지 못한 기간인 유병수명을 다 포함해서 말한다. 

2021년 현재 우리 국민의 평균 유병수명은 남자 15년, 여자 20년이므로 유병수명을 제외한 평균 건강수명은 남자 66세, 여자 67세에 불과하다. 연령주의는 유병수명을 줄이고 건강수명을 늘려 100세까지 활기차게 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령주의(ageism)는 연령을 근거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부정적(합당하지 못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거나 차별하는 것을 말한다. 연령주의는 나이가 어리거나 젊은 사람에게도 적용되지만 주로 노년층에 적용된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노인에 대한 연령주의는 아주 심각하게 널리 퍼져 있다. 노년층에 대한 연령주의는 일반인(비노인층)이 노인과 노화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 편견을 가지거나 차별하는 것을 주로 말하지만, 노인 스스로 자신에 대해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는 것도 해당된다. 

노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가지는 연령주의를 ‘자기지향적 연령주의’라 한다. 연령을 근거로 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편견은 합당하지 못한 잘못된 상식이나 지식이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연령주의 내용을 다 말하기 어려우므로 몇 가지와 잘못된 점을 소개한다. 

첫째는 나이(생체나이)로 노화(늙음)의 정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는 단순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말하며, 나이와 노화 정도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40~50년 전부터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리고 노화 정도는 개인차도 크다.  

둘째, 나이 들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것이다. 많은 뇌 과학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 기능은 개인적으로 노력하면 많이 회복되거나 퇴화를 크게 늦출 수 있다. 나이 들어서 머리가 둔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려 하거나 뇌 활동을 자극하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나이 들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타고난 지능(유동적 지능)은 30대를 지나 나이 들수록 떨어지지만, 후천적으로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능(결정화 지능)은 나이 들면서 오히려 높아진다.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결정화 지능은 어휘력, 언어적 이해, 사회적 판단력, 종합적 판단력, 지혜 등을 말한다. 

넷째, 나이 들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생산성(근로 능력)은 직업이나 활동의 종류, 근로나 활동의 조건, 개인에 따른 차이가 나이보다는 훨씬 크므로 단순히 나이 들었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1986년에, OECD 14개국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일정 연령이 되면 퇴직하는 정년 퇴직제도를 폐지하고 개인 능력을 위주로 퇴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 예처럼 연령주의는 과학적 증거가 별로 없는 잘못되고 과장된 생각이나 판단이다. 그런데도 많은 일반인은 물론 노인들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고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 사회는 불가피하게 노인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는데, 연령주의는 고령화사회를 위협하는 무서운 적(敵)이 될 수밖에 없다. 

자기지향적 연령주의에 사로잡히면 노인 스스로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나 능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 탓만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거나, 노력해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하기 일쑤다. 연령주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과 자신감과 용기를 꺾어버린다. 

특히 인생 후반기에 들어선 사람들은 사회를 위하고 자신을 위해서도 연령주의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건강 유지, 사람들과의 빈번한 교제, 자원봉사, 취미와 여가 활동을 계속한다면 ‘99-88-234’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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