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보해져요 30] 정리하는 목적은 편리한 사용 위한 것
[정리하면 행보해져요 30] 정리하는 목적은 편리한 사용 위한 것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3.05.22 11:16
  • 호수 8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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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넓게, 생활은 편리하게! 나도 정리전문가’라는 강좌명으로 필자가 강의를 처음 제안했을 때의 일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 담당자는 강의 개설을 망설였다. 물건 정리하는 것을 돈 내고 배울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럼 일단 정규 과정을 개설하기 전에 특강을 해서 수강생들의 반응을 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무료 특강이라는 말에 그럼 한 번 해보고 수강생들의 반응에 따라 정규 과정을 개설하겠다는 약속을 어렵게 받아냈다.

우리나라에서는 살림하는 것을 돈 내고 배운다는 것이 와 닿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됐다. 그런데 특강 당일, 담당자도 필자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청한 수강생과 신청하지 않고 바로 온 수강생이 너무 많아 강의실을 강당으로 옮겨야 할 처지였다. 특강이 끝나고 정규 과정을 신청한 사람들이 많아 예상치 못하게 2개 반으로 늘려 동시에 개설하게 됐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정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리가 스트레스가 되면 멈춰야

왜 사람들은 정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정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걸까? 물건을 잘 찾기 위해서, 난장판이 된 공간이 싫어서,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정리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몸이 편하고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리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잠시 정리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각해보자. 정리를 하면서 어떤 이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지 고민해 보자. 정리는 노동이 아니라 즐거운 생활이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뒤죽박죽 정리가 안 된 공간에서 살고있는 A씨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리는 왜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고는 한다. 그러면 그는 “정리요? 왜 안 해 봤겠어요. 저도 해 봤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정리가 너무 힘들더라고요”라고 답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A씨를 잘 살펴보면 물건을 위한 정리, 정리를 위한 정리를 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어떻게 사용하는 게 편한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색깔별로, 크기별로 정리했던 것이다. 때문에 반듯하고 깨끗하게 정리는 되어 있지만 막상 쓰려고 보면 필요한 물건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찾아 헤매야 했고, 새로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해도 그 물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했던 것이다. 

‘정리를 위한 정리’는 맞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A씨처럼 정리하는 것은 결코 바른 정리가 아니다. 정리의 목적은 정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의 목적은 사람이 편하게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가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오직 정리를 위해 정리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각양각색 수납장이나 수납 도구를 사들이고 그 안에 물건들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정리할 경우에 보기에는 깨끗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편하지 않다면 결국은 수납 도구라는 짐만 하나 더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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