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새 이야기”
[백세시대 / 세상읽기] “새 이야기”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5.22 11:31
  • 호수 8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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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 기자] 기자는 서울의 중심부에 살고 있다. 집 주위를 북한산, 인왕산, 안산 등이 감싸고 있다. 서울이 ‘산의 도시’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지인 중 한 사람이 기자를 찾아왔다가 “이 동네는 왜 이렇게 나무가 많아”라는 말을 했다. 늘 봐와서 몰랐는데 퇴근 길 주변을 둘러보다가 ‘외부인이 보기엔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숲이 우거져 새도 많다. 물까치부터 멧비둘기까지 10종이 넘는다. 자다가 새벽 4시 경 눈을 뜰 때가 많다. 30분 정도 지나면 ‘울 때가 됐는데’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5시 언저리에서 소쩍새가 첫 울음을 토해낸다. 그런데 얘도 잠이 덜 깼는지 중간에 ‘삑사리’를 내기도 한다. 새들도 예의가 발라 새벽 1~5시 사이에는 좀처럼 울지 않는다.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갈참나무 위에서 딱따구리가 나무를 뚫어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청아하고 경쾌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울적한 마음이 싹 가신다. 산 정상 가까이 있는 백련공원 내 자그만 연못에 청둥오리 암수 두 마리가 눈에 띄어 놀라곤 한다. 이 ‘오리 부부’는 몇 주에 한 번씩 나타나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긴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홍제천에서 날아오는 것 같다.

주변에 새를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중만(1954~2022년)은 생전에 자신의 청담동 스튜디오에 카나리아 한 마리를 키웠다. 스튜디오의 절반을 차지한 나무 주위로 카나리아가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일종의 인테리어 소품 삼아 키우는 새인 듯 했다. 

‘새박사’로 유명한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는 평생 새를 좇는 까닭을 묻자  “노래 소리가 아름답고 생김새가 예쁘지 않은가. 빨강부터 노랑까지 얼마나 다양한가. 새를 보고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라고 답변했다. 

취미삼아 새를 보러 다니는 이들이 꽤 있다. 이른바 탐조회이다. 구성원도 회사원, 학생, 주부 등 다양하다. 이들은 매주 한 번씩 서울 올림픽공원, 창경궁, 여의샛강생태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새를 관찰한다.

새와 관련된 유튜브 채널도 많다. 20여년 경력의 주부 탐조인은 ‘샐리디카’(sallydica)란 닉네임으로 유튜브에 새 관련 동영상을 올리는 한편, 400여종의 새가 올라가 있는 국내 최대 온라인조류도감 사이트인 ‘버드디비사이트(birdDB.com)’를 운영 중이다. 

이 주부는 “가장 인상 깊은 새는 ‘바다직박구리’”라며 “보기 힘든 새는 아니지만 바닷가에서만 볼 수 있는 새라고 여겼다가 내륙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주부는 또 “봄·가을에는 하늘공원, 서울숲, 선정릉, 하남의 나무고아원 등을 찾고, 겨울에는 한강, 광주 경안천습지, 팔당댐 하류에서 큰고니와 겨울철새를 관찰한다”고 덧붙였다. 

노인에게 새는 유익한 동물이다. 윤무부 교수는 탐조활동이 노인의 건강과 정서에도 좋다는 말을 했다. 윤 교수는 “선진국은 ‘버드워처’(BirdWatcher·탐조객)라고 해서 탐조 활동을 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소개하며 “공기 맑은 자연 속에서 좋아하는 새를 보면 행복하지 않은가. 미국·일본 같은 나라에는 탐조 모임도 많다. 영국 왕실에는 새 보는 그룹도 있을 정도다”라는 말도 했다

노인은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과거엔 ‘9시 뉴스’가 노인들의 자장가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가 그걸 대신하는 것 같다. 역사, 성경, 외국어 회화 등 많은 유튜브 동영상 가운데 ‘금강경’이 자장가로서 으뜸이다. 여러 스님들이 금강경을 낭독하고 뜻을 풀이해주지만 그 중에서도 남녀 성우 셋이서 서로를 ‘수보리여’, ‘세존이시여’라고 호칭하며 주고받는 내용의 영상이 가장 마음에 든다. 

최근에 자장가가 금강경에서 ‘새소리’로 바뀌었다. 샐리디카가 올려주는 가지각색 새들의 동영상을 눈을 감고 듣다 잠이 들었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다행히도 다음날 새벽이다. 며칠 전에는 꾀꼬리 동영상을 보다 바로 잠들었다. 꾀꼬리란 새를 동영상을 통해 처음 보았고, 울음소리도 처음 들었다. 여름철로, 참새보다 13cm 크고, 영어 명칭은 ‘Black-naped Oriole’란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어여쁜 여성의 목소리를 꾀꼬리에 비유한 이유도 샐리디카 덕분에 알게 됐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에는 360종의 새가 날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새는 없다. 이유는 시베리아와 육지로 연결돼 있어서다. 섬나라인 일본에는 ‘오키나와뜸부기’ 같은 단일종이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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