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의학은 필수의료, 공공의료 영역에 해당되는가?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인의학은 필수의료, 공공의료 영역에 해당되는가?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3.05.22 11:38
  • 호수 8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노인 환자는 노쇠와 기능저하 등

통합적인 서비스 필요해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에 해당

일반 환자처럼 전문검사 치중은

합병증 유발, 의료비 가중 불러

최근 들어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 간호사가 뇌출혈이 생겼는데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어 타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됐고 소아과, 외과를 지원하는 의사들이 없어 향후 소아과 진료나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찾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국가차원의 필수의료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필수의료는 ‘필수불가결한 의료서비스 또는 어느 나라이든 최소한 인권적 차원에서 환자들에게 재정적 곤란을 일으키지 않고 제공되어야 할 의료서비스로서 의학적으로 필요하며 현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공적 의료보장에 우선시되어야 할 의료서비스’라고 정의된다. 

필수의료와 더불어 공공의료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공공의료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라고 규정된다. 

또한 공공의료는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 등을 포함하고 있어 필수의료와 중첩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필수의료는 공공의료 영역에서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피부미용, 성형 등이 필수의료가 아니라고 하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하겠지만, 무엇이 필수의료에 해당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완전하게 합의되지 않은 듯하다. 특히 노인의료 서비스가 필수의료, 공공의료 영역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 환자의 만성질환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관리할 것인지, 노인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노쇠와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어디에서 누가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기능 저하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 의료와 복지의 통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환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등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와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일부 의료기관이나 의료진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그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필수의료, 공공의료의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노인의학은 기존의 의료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내용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또 달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출발한 전문진료영역이다. 기존 의료서비스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노인의학은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환자의 기능적 상태를 개선시키거나 독립적인 기능유지가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의 의료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증상을 기반으로 CT, MRI, 초음파 등의 전문적인 검사를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문제가 되는 이상소견을 가능한 많이 찾아내어 치료하고 질병을 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보다 많은 검사를 시행하여 의료비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질병을 보다 잘 찾아내고 치료하여 건강해질 수 있다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노인환자의 경우에는 환자의 건강상태나 기능상태와는 무관한 검사상의 이상소견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이상소견에 대한 추가 검사나 치료과정에서 오히려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따라서 노인의학에서는 기능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중심으로 환자를 평가하고 치료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러한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 또한 노인의 경우 병원과 가정, 지역사회의 연계를 통해 지속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기 때문에 원격의료와 재택의료 등 새로운 의료서비스가 수행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준비없이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그대로 노인 환자에게 적용하면 투약과 검사의 증가와 중복, 의료비 상승으로 인한 가정과 국가의 부담 증가 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대비한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의 개념에서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고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