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성황리에 폐막, 70대 모친, 30대 아들 공동 연출 ‘양림동 소녀’ 대상
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성황리에 폐막, 70대 모친, 30대 아들 공동 연출 ‘양림동 소녀’ 대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5.22 13:41
  • 호수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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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노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희유 스님(왼쪽 두 번째)이 노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영희‧오재형 감독(왼쪽 3‧4번째)과 청년부문 대상을 수상한 차은빈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노인복지센터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집행위원장인 희유 스님(왼쪽 두 번째)이 노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임영희‧오재형 감독(왼쪽 3‧4번째)과 청년부문 대상을 수상한 차은빈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노인복지센터

5월 11일~15일 서울 대한극장·온라인 동시 개최… 국내외 474편 출품

개막작 ‘라스트 버스’… 청년부문 대상은 차은빈 감독 ‘집으로 가는 길’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임영희 씨는 학창시절 광주광역시로 유학을 간다. 이후 임 씨는 성인이 됐을 때 뜻하지 않게 광주민주화운동에 휘말리게 되고 그후로도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온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한 장 한 장 그려 SNS에 올렸고 아들의 도움을 받아 ‘양림동 소녀’라는 동화책으로도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길 권유했던 아들, 오재형 감독은 임 씨에게 함께 영화로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고 구술 생애사 애니메이션이라는 30분짜리 독특한 단편영화가 탄생했다. 숱한 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에서 노인부문 대상까지 거머쥔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2023 서울국제노인영화제’가 5월 11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노년의 삶을 영화로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영화 축제를 추구한다. 이를 통해 노인 감독에게는 영화 제작의 기회를, 청년 감독에게는 노년 세대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고민을 담을 기회를 제공한다. 2008년 ‘서울노인영화제’로 시작한 영화제는 2019년부터는 해외작품을 출품받으며 한 단계 도약했고 2021년부터는 명칭을 국제영화제로 바꾸며 명실공히 국내외를 대표하는 노인영화제로 발돋움했다. 

11일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창작 음악 그룹 ‘모던가곡’의 축하 공연과 이상인 감독의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영상인 ‘The Film is Rolling with Digital’이 상영되며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트레일러 영상은 젊은 세대의 배우와 경험이 풍부한 배우들 간의 소통에 대해 다루면서 영화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표현하며 영화제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은 백발의 노인이 무료 교통카드로 영국 국토를 종단하는 과정을 담은 ‘라스트 버스’가 선정됐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홀로 남은 ‘톰’이 영국 최북단에 위치한 존오그로츠에서부터 자신의 고향이자 메리와의 추억이 깃든 남서쪽 끝인 랜즈엔드까지 여정을 담고 있다. 자신의 몸을 잠식해가는 병마와 싸우면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그의 여정은 좌초 위기를 겪는다. 그러다 SNS를 통해 ‘#버스 히어로’로 알려지면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돼 재차 여행을 이어나간다. 작품은 한 노인의 외롭고도 영웅적 기행을 담담하게 담으며 인생의 의미를 탐색해 잔잔한 여운을 선사했다.

개막식 이후에는 대한극장 및 온라인상영관인 ‘온피프엔’을 통해 장편 작품 14편, 단편 작품 57편으로 구성된 총 71편의 영화를 공개했다. 

국내외 단편경쟁 부문의 11개 섹션을 포함, 국내외 장편 초청, 기주봉 배우전, ‘배리어프리 명예의 전당’까지 다양한 섹션의 우수한 작품들이 상영됐다.

특히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단편 경쟁 부문에는 국내 작품 320편을 비롯해 해외 작품 154편 등 총 474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국내 출품작 중 노인 감독의 작품 11편과 청년 감독의 작품 15편이 본선에 진출해 경쟁을 펼쳤다.

올해 영화제에서도 국내‧외 470여편이 출품돼 노인들의 삶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봤다. 사진은 노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양림동 소녀’ 속 한 장면
올해 영화제에서도 국내‧외 470여편이 출품돼 노인들의 삶을 다각도에서 들여다봤다. 사진은 노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양림동 소녀’ 속 한 장면

그 결과 노인부문 대상은 임영희 감독과 그녀의 아들인 오재형 감독이 공동 연출한 ‘양림동 소녀’가 차지했다. 모자(母子)가 함께 연출해 수상까지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노인부문 우수상은 자신의 77번째 생일잔치를 삶의 마지막을 가장한 만남의 장으로 준비하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문향영 감독의 ‘이상한 희수연’에게 돌아갔다.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시니어 배우상은 청년부문 조중건 감독이 연출한 ‘쑥떡’에서 스스로 절제할 수 없는 폭력성을 가진 11세 소년 중건과 우연히 동거를 하게 된 ‘국향’을 연기한 연극배우 전국향 씨가 차지했다. 

청년부문에서는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기초수급생활자인 예화가 어느 날 찾아온 딸과의 동거를 다룬 ‘집으로 가는 길’(감독 차은빈)이 대상을, 산책과 인터넷 바둑이 유일한 낙이었던 70대 노인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 이야기를 그린 ‘동창회’(감독 김고은)가 우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집행위원장 희유 스님은 “올해 서울국제노인영화제는 우리의 일상이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과 그 시기를 견뎌낸 서로에게 위로를 전하는 마음을 담았다”면서 “당연한 일상을 다시 누리며 노인과 청년, 다양한 세대가 만나 영화를 통해 일상의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됐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국제노인영화제 수상결과

▶국내 단편 경쟁 △노인 대상 ‘양림동 소녀’(감독 오재형·임영희) △노인 우수상 ‘이상한 희수연’ (감독 문향영) △청년 대상 ‘집으로 가는 길’(감독 차은빈) △청년 우수상 ‘동창회’(감독 김고은)  △심사위원 특별상 ‘사라지는 것들’(감독 김창수) △시니어 배우상 전국향(영화 ‘쑥떡’) △우수 시나리오상 ‘동대표’(감독 이종석) △시스프렌드상     ‘순자와 이슬이’(감독 김윤지), ‘조의’(감독 권용재)

▶국제 단편 경쟁 △대상 ‘어제 나는 달이었어’ (중국, 감독 이한 린) △우수상 ‘마지막 날까지’(스웨덴, 감독 구스타프 오거스트란트 외 3인)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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