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하루에 8번 이상 가면 ‘과민성 방광’ 가능성
화장실 하루에 8번 이상 가면 ‘과민성 방광’ 가능성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5.22 14:29
  • 호수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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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 증상과 치료
과민성 방광은 쉽게 완치되진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나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은 쉽게 완치되진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나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방광 근육이 과도하게 반응해 발생… 야간뇨·절박성 요실금 등 증상

소변 하루 7번 이내로 참는 방광훈련 필요… 약물과 보톡스로 치료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방광은 우리 몸에서 소변을 저장하고 배출하는 주머니다. 건강한 성인은 방광에 최대 400~500㏄의 소변을 저장한다. 보통 150㏄의 소변이 차면 요의(소변이 마려운 느낌)를 느끼게 되고, 200~300㏄가 되면 반드시 화장실을 가야 하는데, 과민성 방광인 사람은 그 절반(50~100㏄)에 못 미치는데도 참지 못한다.

과민성 방광은 용어 그대로 방광이 예민해 방광 근육이 과도하게 활동적인 상태를 말한다. 국제요실금학회에 따르면, 요로감염이 없고 다른 명백한 질환이 없으면서 요절박과 함께 빈뇨와 야간뇨가 동반되는 경우를 ‘과민성 방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방광 근육이 정상보다 자주, 혹은 필요치 않을 때 수축하기 때문에 방광이 다 차지 않았는데도 갑작스러운 요의를 느끼며 배뇨를 늦출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아람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에 걸리면 환자는 삶의 질이 현격하게 무너지면서 우울감까지 호소해 정상적인 업무 능력과 대인 관계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과 증상

이처럼 과민성 방광은 신경계 질환(파킨슨병·뇌졸중 등)에 의해 배뇨를 담당하는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출산으로 인해 골반저근(자궁, 방광, 요도 등을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졌을 때도 생길 수 있다. 이 외에 방광염, 방광 내 이물, 요로감염, 하부요관결석, 복압성 요실금, 비뇨기계 종양, 과도한 수분 섭취 및 배뇨량, 수분 섭취-배설 연관 질환, 당뇨,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변비, 비만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민성 방광의 증상으로는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증상(빈뇨), 강하고 갑작스런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증상(요절박),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배뇨하는 증상(절박성 요실금), 야간 수면 시간에 배뇨를 자주 하는 것(야간뇨) 등이 있다.

과민성 방광은 그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사회생활을 어렵게 한다. 소변을 참을 수 없어 소변 횟수가 잦아지면서 수면 부족과 업무 능력 저하가 초래될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우울증과 수치심을 유발해 대인관계 기피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어서다.

과민성 방광이 의심되는 환자는 비뇨의학과에서 1차로 병력을 청취하고 신체검사, 요검사를 하게 된다. 추가로 하루 중 배뇨 시간, 배뇨량, 배뇨 횟수, 수분 섭취량을 알 수 있는 배뇨일지 작성과 전립선 영상검사, 상부요로 영상검사, 방광내시경 검사 등이 필요하다.

김아람 교수는 “과민성 방광이 심한 경우, 화장실을 가는 도중에 소변이 나오거나 밤에 자다가 요의로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

우선 행동치료로 카페인과 알코올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방광을 자극해서 소변량이 많지 않은데도 배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탄산음료나 매운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을 많이 마셔 소변을 자주 보러 가면 이후에는 물을 조금만 마셔도 소변을 보는 배뇨습관이 생긴다. 반대로 물을 너무 적게 마시면 소변이 방광 내에서 심하게 농축돼 방광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물 섭취량은 하루 1000㎖ 이상 2400㎖ 이하가 적절하다.

소변을 참는 방광훈련도 필요하다. 소변이 마려우면 30분 정도 의도적으로 참았다가 화장실에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참는 시간을 2주 간격으로 늘린다. 

소변을 참으면 병이 된다는 속설은 과민성 방광에 해당되지 않는다. 소변을 참기가 힘든 경우에는 항문 괄약근을 강하게 조이면 방광의 수축이 억제되기 때문에 소변 참기가 수월해진다. 소변 횟수를 하루 7회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 필요 없이 자주 소변을 보는 배뇨습관을 고칠 수 있다.

약물과 보톡스로도 치료할 수 있다. 약은 주로 방광을 수축시키는 신경전달물질(아세틸콜린)의 작용을 막는 ‘항무스카린제’를 쓴다. 이 약은 3~6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20~50%의 환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럴 경우, 보톡스 주입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톡스 치료는 방광 근육을 마비시켜 요의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요도(소변이 나오는 통로)로 주사기를 넣어, 방광 내벽 20~30군데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치료 효과는 평균 6개월간 지속되지만 시술 후 소변 보기가 힘든 요폐가 발생하거나 요로감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과민성방광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고, 좋아질 수 있다. 좋아지면 멀리 여행을 가는 것도,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방치한다면 요로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신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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