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 위험 최소화하고 실리 챙겨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미·중 반도체 전쟁에 낀 ‘K반도체’ … 위험 최소화하고 실리 챙겨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3.05.30 09:14
  • 호수 8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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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지영 기자] 최근 중국이 미국의 무역제재 조치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제재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국은 지난 5월 21일 “마이크론 제품에는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준다”고 공개하며 자국의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게 이 회사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했다. 중국이 외국 반도체 회사에 대해 사이버 안보 심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제품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미국이 지난 2019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중국의 화웨이와 계열사를 ‘수출통제명단’에 넣은 것과 유사한 조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했다.

중국의 이번 마이크론 제재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정밀타격식 보복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희토류 기술 수출을 금지한 적은 있지만 미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고, 제품이 아닌 기술 수출 금지라는 포괄적이고 예비적인 형태였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에 대해 “기술적인 괴롭힘과 무역 보호주의의 전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특히 이번 제재 발표 시기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 7개국(G7)이 중국에 대한 전방위 견제 내용을 담은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발표한 다음 날이자 G7 정상회의 폐막일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더해졌다.

이와 관련, 미국 상무부는 “근거 없는 제재”라며 “주요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해 해결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G7 공동성명에서도 경제 보복과 희귀자원 무기화 등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적 강압에 맞서는 신규 플랫폼을 창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한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액 308억달러(약 40조7000억원) 가운데 16% 이상인 52억달러(약 6조8700억원)를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올렸다. 중국 본토 매출액만 따지면 전체 매출의 10∼11%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중 간 첨단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은 미국의 대중 규제 동참 압박과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마이크 갤러거 위원장(공화당)은 5월 23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동맹 한국은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직접 (마이크론과) 정확히 같은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만큼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중국 판매 몫을 가져오거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할 것을 분명하게 요구한 것이다.

중국의 강압도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5%를 중국에서 생산 중이다. 중국이 국내 기업까지 보복에 나서면 그 파장을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로서는 세계 반도체 소비의 24%를 차지하는 중국이나 뛰어난 설계 역량과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모두 놓쳐서는 안 된다.

편중된 외교는 자멸의 길이다. 한국 반도체 공급 제한이 중국 기업들만 키워줄 수 있다는 논리로 미국에 목소리를 내야 하고, 중국에도 미국과 협력이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그 사이 접점과 균형을 찾으면 된다.

살벌한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는 국익을 최대화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모두 설득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실리를 챙기는 정교한 경제 안보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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