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간, 대한노인회를회고하다 ⑮
박재간, 대한노인회를회고하다 ⑮
  • 관리자
  • 승인 2009.07.31 15:38
  • 호수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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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창립 40주년] 중앙회 회장 선출놓고 딜레마
필자가 고민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대한노인회는 젊은이들에게 시범이 되는 단체로서 위상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인데, 이병호 회장 체제에서는 그러한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둘째, 중앙회의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전국 300만 노인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로서 산하 노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서 헌신하고자 하는 희생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와 그를 지지하는 임원들 중에는 그러한 사명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셋째, 이병호 회장은 부하들이 이권운동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방임했다는 점 등이었다.

필자는 총회를 10여일 앞두고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재건을 호소하는 내용의 서한을 작성, 전국 대의원들에게 발송했다. 호소문의 내용은 “중앙회의 회장을 비롯한 임원은 모든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격, 교양, 덕망을 구비한 인물이어야 바람직하고, 노인들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헌신하겠다는 사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회장직무대행을 비롯한 집행부의 일부 임원들은 단체 명의를 도용해 이권운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고 전제하고, “대의원 여러분들께서는 정기총회를 계기로 이러한 소문에 대한 사실여부를 규명함과 동시에 중앙회가 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요지였다.

필자는 사무국장으로 재직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시군구지회장 또는 경로당 회장들이 해당지역 노인들을 위해 사비를 써가며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수 없이 목격했다. 중앙회 임원들도 모두 그렇게 봉사할 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단체의 명의를 이용해서 사복을 채우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호소문을 내게 되었다.

이 호소문을 받아본 전국의 대의원들은 현 집행부를 더욱 불신하게 되었으며, 이 상태에서 총회를 소집하면 현 회장단은 불신임 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집행부는 돌연 총회를 3월13일로 연기했다. 시간을 두고 사태를 수습해 보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필자는 차기회장으로 당시 본회의 영등포지회장인 윤재욱(尹在旭)을 염두에 두고, 몇몇 연합회장 및 지회장들과 의견을 교환 중이었다. 그는 8·15해방 후 한동안 제2의 모스크바로 불리던 영등포 일대에서 남로당 세력을 물리치고 평정을 되찾게 한 공로를 인정받아 1948년 제헌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3번이나 연속해서 그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는 이범석 장군이 이끄는 민족청년단 시절인 1947년부터 같은 단체에서 일을 한 일이 있고, 그 후에도 필자와 자주 접촉할 기회가 있었으므로 그의 인격과 교양, 학식, 통솔력 등 모든 면에서 사회의 웃어른집단인 노인회 회장으로서는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성북구지회장인 고철주(高喆柱)가 이규동 장군이라는 분을 차기회장으로 모시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리고, 그분이 어떤 인사인지 관계기관에 의뢰해 알아봐달라는 것이었다. 정보기관에 그의 인적사항에 관한 조사를 의뢰했더니, 며칠 후 다음과 같은 내용의 쪽지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일정시대 만주군 출신의 경리장교, 5·16군사혁명 전에는 육군경리감, 준장 제대, 농협중앙회 이사, 현재 경기도 오산에서 묘목농장을 경영하고 있으며, 현 대통령의 장인이기도 함.” 필자는 즉석에서 화성군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규동 장군이라는 인사를 아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오산 세마다에 있는 경로당과도 관련이 있는 분인데 자기도 그를 만나 본 일이 있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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