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
늦깎이 학생들의 특별한 졸업식
  • 이미정
  • 승인 2008.02.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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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에 학사모 쓴 최영옥씨·주경야독 공부해 수료장 받은 할머니들

<사진>평생교육주경야독학교 어르신 31명이 지난 15일 수료식을 가졌다.


2월, 졸업시즌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만학의 꿈을 이루고 학사모를 쓴 늦깎이 학생들이 있어 화제다. 


지난 14일 천안 백석문화대학 학위수여식장.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최영옥씨가 칠순에 학사모를 썼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최 할머니는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연필을 잡았다. 이후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03년 고입검정고시에 합격, 2006년 고교졸업과 함께 이 대학 사회복지학부에 진학했다.


늦깎이 대학생 최 할머니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경기도 수원이 집인 최 할머니는 통학시간조차 아까워 학교 근처에 원룸을 얻어 놓고 공부에 매진했다.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겨뤄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공부를 하다 끼니를 놓치기 일쑤,  새벽까지 과제를 하는 일은 예사가 돼 버렸다. 그렇게 최 할머니는 졸업이수 학점인 80학점을 7학점이나 초과해 취득했고 평점 4.5점 만점에 4.0점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최 할머니는 “손주뻘 되는 학생들과 공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며 “하지만 남편과 자식, 며느리들의 진심어린 격려와 응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는 공부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전 백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편입에 도전, 현재 합격한 상태다. 최씨는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 졸업 후에는 어렵고 힘든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낮엔 일을 하고 밤엔 공부를 한 뒤 초등학교에서 수료장을 받은 할머니들도 있다. 


주인공은 충남 태안 소원면 시목1, 2리 할머니 31명. 65~80세까지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어르신들이 시목초등학교가 마련한 평생교육주경야독학교에서 수료장을 받았다.  


이 할머니들이 연필을 잡기 시작한 때는 2005년 말. 당시 시목초등학교 부임한 조용덕 교감이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마을회관에 공부방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조용덕 교감은 화, 목요일 일주일 2차례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할 때만해도 5~6명이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40여명에 이르게되자 2006년 5월 시목초등학교로 공부방을 옮겼다.


공부를 하는 어르신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소일을 하다보니 공부는 대부분 밤에 이뤄졌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에게는 한글기초 교육을, 한글을 깨우친 어르신들에게는 한자교육을 하고 있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어르신들은 한자 국가자격증에 도전. 6~8급 자격증을 취득한 어르신들도 있다. 


할머니들의 학교생활은 여느 학생 못지않다. 지난 학기에 손자, 선녀뻘 되는 학생들과 함께 학예회와 운동회 등에도 참여했을 뿐 아니라 경주, 울산 지역으로 현장체험 형식의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버합주단’을 구성해 장구와 피아노, 각종 타악기를 이용한 ‘난타’ 공연을 연습하는 등 열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엔 운전면허 시험에도 도전하고 있다.


조용덕 교감은 “가난이나 시대상황으로 인해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많다”며 “학교를 다니지 못해 아픔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졸업식에 맞춰 수료장을 졸업장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료장을 받은 어르신들은 수료 후에도 2차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에 매진할 예정이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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