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줄 서요”… 전국은 파크골프 열풍, 회원 10만 동호인 30만명 추산
“새벽부터 줄 서요”… 전국은 파크골프 열풍, 회원 10만 동호인 30만명 추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03 09:05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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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퉈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면서 이를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서울 월드컵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장기 서울어르신파크골프대회에서 고광선 연합회장과 지회장들이 시타를 하는 모습.
최근 지자체들이 앞다퉈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서면서 이를 즐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서울 월드컵파크골프장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장기 서울어르신파크골프대회에서 고광선 연합회장과 지회장들이 시타를 하는 모습.

파크골프장 361곳으로 4년새 60% 급증… 골프채 하나 공 한 개면 즐길 수 있어 인기

걷기 운동 효과에 가족형 스포츠… 환경 문제, 주민간 갈등 부작용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오늘 대회가 열려 일찍 돌아가야 해서 아쉽네요.”

지난 6월 16일 제1회 충북도지사기 노인파크골프대회가 열린 충북 충주시 충주호파크골프장.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인 오전 6시부터 파크골프를 즐기기 위해 찾은 동호인들로 주차장이 꽉 찼다. 각 홀에도 많은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이날 오전엔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지만 어르신들의 열정을 꺾기는 어려웠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풍경이 전국 파크골프장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 9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며 국내에 들어온 파크골프가 그동안 대표 노인스포츠로 입지를 공고히 해온 게이트볼의 인기를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파크골프’는 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도심의 공원에서 채 하나와 공 한 개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골프의 한 종류다. 1984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시작돼 호주, 미국 등지로 퍼져나갔다. 기존 골프룰을 그대로 차용하지만, 홀 간 거리가 가깝다.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도 걷기 운동 효과가 커 어르신 친화 스포츠라는 평을 받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홀과 홀을 오가며 계속 걷기 때문에 1만보 이상 걷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파크골프의 또 다른 장점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한파크골프연맹 관계자는 “파크골프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3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형 스포츠”라며 “온가족이 함께 동등하게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초창기 대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비용 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며 서서히 늘어났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전국 파크골프장은 361곳에 달한다. 2019년 파크골프장이 226곳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4년 새 60% 늘어난 것이다. 회원 수 성장도 가파르다. 

2017년 1만6728명이었던 회원수는 지난해 10만6505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회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활동하는 동호인 수를 포함하면 3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경기 양평군, 강원 화천군 등이 잘 만든 파크골프장을 통해 지역 축제 버금가는 홍보 효과를 내면서 지자체의 관심이 더 커졌다. 81홀 규모의 경기 양평파크골프장과 54홀 규모의 강원 화천군 산천어파크골프장은 다채롭고 흥미롭게 코스를 조성해 하루 최대 500명, 연간 10만명이 찾는 명소로 성장했다. 

사계절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고 체류형 관광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지난 4월 군위군에서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에 나선 지자체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 충남도의 경우 국내 최대 금광이었던 청양군 옛 구봉광산 일대에 108홀 규모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등 2024년까지 파크골프장 30개를 신·증설할 계획이다. 

제주도도 기존 3곳에 더해 80억원을 투입해 4곳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7월 1일부터 대구시로 편입되는 군위군도 2025년까지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짓고, 울산시도 삼산·여천쓰레기매립장 22만6653㎡ 부지 일부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도 김영환 도지사가 모든 시·군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대다수 지자체가 단체장까지 직접 나서 파크골프장 건립을 약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한노인회에서 올해 9월 경기 양평에서 제1회 대통령기 노인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규모 대회들이 속속 열리면서 파크골프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장에도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환경피해와 주민 간 갈등도 늘고 있다. 파크골프장은 보통 규모가 2만㎡ 안팎으로 일반 골프장(60만~100만㎡)보다 작아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 

또 일반 골프장과 달리 잔디 관리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강변에 조성된 경우 수변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문제가 있다. 대구의 경우 파크골프장 공사가 진행 중인 금호강 둔치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삵이 목격돼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광주와 경남 김해시에서도 철새도래지 근처에 파크골프장 조성이 추진돼 문제가 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올해 7억5000만원을 들여 홍은동 백련근린공원을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려고 했다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7월 현재 관련 계획을 철회하고 대체부지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파크골프장은 표면적으로 무료지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도록 해 각종 민원이 쏟아지는 등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와 함께 초기에 조성된 일부 파크골프장은 적은 면적에 급하게 조성하다 보니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공간이 많아 국제 규격에 맞게 개보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파크골프가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든 만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일본의 사례를 적용해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일본의 경우 5000원만 내면 누구나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파크골프채도 5000원 가량에 대여해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접근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유료 운영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 골프장 운영과 관리에 활용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천성희 대한파크골프연맹 회장은 “국내 파크골프가 급성장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문제를 봉합해 노인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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