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1세대 방송 개그작가 “웃으면 건강해져… 억지로 웃어도 같은 효과”
김재화 1세대 방송 개그작가 “웃으면 건강해져… 억지로 웃어도 같은 효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3.07.03 11:02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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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 와요’ 등 코미디 200여편 집필… 외부강연도 4000회 

역대 대통령들 말과 태도 들여다본 ‘대통령의 유머’ 등 45권 저술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심형래는 처음 보는 순간 안 될 것 같았다. 안영미는 싹수가 보였다.”

언론학 박사 출신의 김재화(70‧유머스피치연구원 원장) 개그작가가 밝힌 유명 개그맨들의 첫인상이다.  

김 작가는 “코미디언이라면 키가 아주 크던가, 작던가 아니면 얼굴이 아주 못 생겼거나 해야 주목 받던 시절이었다”며 “처음 본 심형래는 너무 평범한 인상이었다”고 기억했다. 반면에 영화배우 김부선 흉내로 인기몰이를 했던 안영미는 첫눈에 스타 기질이 엿보였다고 한다. 

김 작가는 “백제예술대 교수로 있을 때 당시 제자였던 안영미를 집으로 데리고 와 연기를 가르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방송 개그작가 1세대로서, ‘웃으면 복이 와요’, ‘유머 1번지’ 등 TV코미디 200여 편을 집필했다. 동아방송대·예원대·백제예대의 교수를 지냈다. 스포츠조선 일일칼럼 ‘에로비안나이트’를 14년간 장기 연재했고, 기업·학교·단체 등에서 유머와 스피치를 주제로 4000여 회 강연했다. 한국방송대상 우수상, 서울 정도(定都) 600년 기념 서울시장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유머스피치연구원’에서 김 작가를 만나 개그작가 시절 에피소드와 ‘유머의 건강학’에 대해 들었다.

-‘유머스피치연구원’은 무엇하는 곳인가.

“과거 방송 일을 했던 경험을 살려 스튜디오 시설을 갖춰놓았다. 이곳에서 집필을 하면서 제 유튜브 영상도 찍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유튜브를 제작해주기도 한다.”

-요즘 노인들이 과거에 ‘웃으면 복이 와요’를 보면서 힐링을 많이 했다.

“1968년 MBC 개국과 함께 그 프로가 시작됐다.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여러 방송작가들과 함께 대본 집필에 참여했다. 구봉서·배삼룡·서영춘 등 기라성 같은 코미디언들과 일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외국에서 30년 만에 귀국한 가족이 트렁크를 들고 현관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때마침 ‘웃으면 복이 와요’ 프로를 보던 중이라 그 프로가 끝난 후에야 문을 열어줬다는 우스개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로였다.”

당시 중앙대 2학년에 다니던 김재화 작가는 교내 방송국 아나운서 경력으로 방송국 코미디 프로 PD와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코미디언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라면.

“무명의 배삼룡(1926~2010년)이 그 프로로 이름을 알렸고, 나중에는 프로의 ‘특별 상품’이 됐다. 경쟁 방송사에서 그를 스카우트 하려고 ‘백지수표’를 제시하는 등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을지로 납치사건’이란 게 있었다. 배삼룡이 타고 가던 차를 경쟁사 방송국 차량 두 대가 막아선 다음 배삼룡을 차에서 내리게 한 후 자기들 차에 태우고 달아났다. 그때는 기마경찰이 있었던 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차와 함께 말 탄 순경이 배삼룡이 탄 차를 뒤쫓아 가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현장이었다.”

-스포츠신문 사상 최장기 칼럼 연재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 이슈로 떠오른 여러 사건·사고에 대해 성적인 비유를 곁들여 비판하는 칼럼이었다. 페르시아의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에서 힌트를 얻어 처음에는 1000회만 하려 했다가 반응이 의외로 좋아 장기 칼럼이 됐다. 신문 연재가 제 이름을 알리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스포츠조선 에로비안나이트 2473회는 택배를 소재로 다뤘다. 

택배기사들이 초인종을 누르고 “택배요!”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막 아기를 재우려던 젊은 부인이 짜증났다. 젊은 부인이 “그렇게 큰소리로 부르지 않아도 된다”며 택배기사가 내밀은 운송장에 사인을 했다. 택배기사가 실실 웃자 부인이 “왜 웃느냐”고 물었다. 택배기사는 대답하지 않고 가버리고 집안으로 들어온 부인이 거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연두색 면 원피스 위에다 살색의 브래지어를 차고 있었던 것이다. 

-유머는 노인에게 어떤 점이 좋은가.

“수많은 동식물 중에 사람만 웃는다. 웃음은 인간에게 주어진 신의 선물이다. 웃을 때 인간의 몸에서 모르핀보다 100배나 강하다는 엔돌핀이 나온다지 않나. 그만큼 웃음이 건강과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하루에 사람은 몇 번이나 웃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웃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 그런 경우에도 의학적으로는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    

-‘대통령의 유머’란 책은 어떻게 쓰게 됐나.

“말이 곧 생각이고 사상이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후보들이 나섰다. 그들이 과거에 어떤 태도로 무슨 말을 했는지, ‘일거구(口) 일투언(言)’에 눈과 귀를 세우면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DJ)은 코디미언과 잘 어울렸던 정치인 중 한 사람이었다. DJ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 최양락·팽현숙, 이봉원·박미선 부부를 따로 만나 식사를 한 일이 있다. 이는 DJ가 요청한 게 아니고 개그맨 부부들이 원해서 마련됐다. 코미디언들이 자발적으로 DJ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YS)은 본인의 유머감각이 뛰어 났다기보다는 주변에서 그를 희화한 경우였다.”

‘대통령의 유머’(2021년·생각나눔)에 소개된 김영삼 대통령 관련 유머 한 토막.

YS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사방에서 축하전화가 쏟아졌다. 한 절친이 “축하한다. 드디어 당선됐구먼”이라고 하자 YS가 “고맙데이”라고 답했다. 

절친이 다시 “부인(손명순)도 그리 고생하더니 이제 퍼스트레이디가 됐구만. 진심으로 축하한데이”라고 했다. 그러자 YS가 정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기 무슨 소리고? 우리 집사람이 언제는 퍼스트 아니었나. 우리 집사람은 절대 세컨드가 아니다.” 

김재화 작가는 이 책에서 유머를 통해 정치인을 비판하기도 했다. 

김 작가가 마포의 한 골목집 식당에서 마주한 여성 정치인에게 유머 퀴즈를 날렸다. 

“정치인과 정자(精子)의 공통점을 아나요?”

“같은 ‘정’자를 쓰는 건가요?”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은 인간이 될 확률이 2억분의 1이란 겁니다.”

김 작가가 작년 한 해 동안 강원도 평창에 지은 트리하우스.
김 작가가 작년 한 해 동안 강원도 평창에 지은 트리하우스.

김재화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강원도 평창에 트리하우스를 짓느라 작년은 바쁘게 보냈다”며 트리하우스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재화 작가 프로필

▷중앙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TBC ‘살짜기 웃어예’, MBC ‘웃으면 복이 와요’ 등 200여편 집필

▷동아방송대·백제예대·예원대 교수 

▷스포츠조선 칼럼 ‘에로비안나이트’ 14년 기고

▷(사)웃는나라만들기운동본부 본부장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전경련회장단, 삼성생명, 증권예탁원 등 4000여회 강연

▷한국방송대상 우수상, 서울 정도 600년 기념 서울시장상 등 수상 

▷‘대통령의 유머’ 등 45권 저술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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