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생활체육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생활체육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돼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03 11:25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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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김연경 나온다.”

얼마 전 친구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인사도 없이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대형 배구선수가 등장했나 싶었다. 그런데 곧이어 친구가 보낸 사진을 보고 절로 미소가 나왔다.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이 배구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진이었다. 친구는 성장해가는 딸의 소식을 종종 알려줬는데 배구를 시작했다고 자랑한 것이었다.

필자 역시 여러 의미로 놀랐다. 전교생이 30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초등학교에 배구부가 있다는 점, 친구의 딸이 쉽게 할 수 없는 배구를 시작한 점, 친구가 이를 말리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한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지난 6월 21일 유튜브 ‘전태풍’ 채널에 영상 하나가 올라온다. KCC 이지스 등서 활약하다 은퇴해 유튜버로 변신한 전 농구선수 전태풍이 운영하는 채널로 그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1대 1 농구 대결을 펼치는 콘텐츠를 주로 올린다. 이날 올린 영상에서 그는 서울대를 찾아 농구 동아리 학생들과 대결을 펼쳤다. 이 방송을 보면서도 놀랐다. 대결 상대는 여대생들이 주축인 농구동아리인데 한 학생이 전태풍을 꺾은 것이다. 전태풍은 상대 여대생에게 핸디캡을 제안했지만 그녀는 이를 거부했고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펼쳤다. 초반까지만 해도 전태풍이 4대 0으로 앞서 나가며 여유 있게 승리할 것처럼 보였지만 방심한 사이 학생이 조금씩 따라잡으며 역전승을 따냈다.

필자가 초중고를 다녔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특출난 학생이 아니고서는 운동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여학생들의 경우 특히 더 그랬다. 체육시간 축구장과 농구코트는 남학생의 차지였다. 취미로 운동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혼나기까지 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사실상 운동부를 제외하면 운동장에서 뛰노는 것 자체가 언감생심이었다. 당시 불만인 학생들에게 돌아온 말은 “운동선수 될 거 아니면 공부나 해라”였다.

다행히 친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다. 또 서울대 학생들의 경우처럼 운동한다고 머리가 나빠지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도 그 시절에는 왜 그리 반대했는지는 아직까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로마시인 유베날리스의 시를 인용해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했다. 이는 청소년뿐 아니라 노인 등 모든 세대에 통용되는 말이다. 선수만 운동하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다만 아직까지 보통의 시민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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