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면 행복해져요 35] 정리는 마법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
[정리하면 행복해져요 35] 정리는 마법이 아니라 몸에 밴 습관
  •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 승인 2023.07.10 11:21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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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는 사실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시간도 내야 하고 힘도 써야 하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잘 정리된 공간에서 생활해 본 사람은 왜 정리가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리를 마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놀라운 효력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정리는 마법이 아니라 습관이다. 하루아침에 호박이 마차로 변하거나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마법과는 다르다.

정리란 처음에는 어설프지만 차츰 차츰 내 손에 익숙해지고 내 몸에 배게 되면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듯 습관이 되는 것이다. 습관이라는 글자는 익힐 습(習), 익숙할 관(慣)을 쓴다. 어린 새가 날갯짓을 연습하듯 매일 반복해 마음에 꿰인 듯 익숙해진 것이라는 뜻이다.

알에서 부화해 새가 날 수 있으려면 1000번 이상의 날갯짓을 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정리수납도 마찬가지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평생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얘야, 네 방 정리 좀 해.”, “아이 귀찮은데......” 흔히 있을 법한 부모와 자식 간의 실랑이다. 하지만 이런 실랑이 끝에라도 깨끗하게 잘 정리를 했다면 그래서 잘 정리된 방을 보게 된다면 마음이 한결 개운할 것 같다.

이처럼 한바탕 대청소를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 일일 것이다. 정리에는 우리의 마음과 기분까지도 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를 들어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주방이 아니라 잘 정리되고 깨끗해진 주방에 가서 음식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왠지 우리 가족들을 위해 더욱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식을 만들 때도 왠지 요리가 더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정리가 제대로 된 책상에 앉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정리와 수납의 마법 같은 힘이다.

몇 년 전에 KBS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리가 안 된 가정에 정리수납 컨설팅을 지원해 준 적이 있다. 엄마와 딸들이 살고 있는 집이었는데 엄마의 우울증으로 집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상태였다.

15명의 전문가들이 12시간 정도 작업을 하고서야 집다운 집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다. 정리 후 엄마는 다시 집을 예전같이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 후 1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때 그 어머니였다.

남이 해주면 유지가 쉽지 않아

간단한 인사를 하고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는지 용건을 물었더니 지금 인천의 한 기관에서 정리수납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다 보니 남이 해준 것만으로는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 직접 정리수납을 배우게 됐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왠지 그 말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정리수납을 배우면서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고 우울증도 나아지는 것 같다면서 감사해했다. 

일부 사람들은 “에이, 정리하면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마법의 힘까지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연결돼 있고 정리에는 충분히 그럴 힘이 있다.

정경자 한국정리수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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