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혼신의 힘
[디카시 산책] 혼신의 힘
  •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 승인 2023.07.10 11:28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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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의 힘

아직 꺾이지 않고 버티는 목소리가

앙상한 뼈마디만 남은 의지가

함께 혼신을 다해 여름을 피워 올리네

 

봐라, 꽃잎 한 장도 

허투루 피지 않는다


뼈를 깎는 노력이 아니고서야 어찌 백일 동안 꽃을 피울 것인가.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배롱나무는 제 뼈를 깎아 바치면서까지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불타는 오후, 꽃잎은 더욱 붉고 잎은 더욱 짙푸르고 무성하다. 반쯤 꺾여 금방이라도 툭, 부러질 것만 같은 뼈마디가 혼신의 힘을 다해 꽃잎을 만든다. 백일 정성 드리는 것처럼, 소지를 올리는 것처럼 더 뜨겁게 활활 타오른다. 제가 할 줄 아는 것은 간절함뿐이라는 저 자세, 저 표정이, 백일 동안 우리 곁에 머무는 연홍의 눈빛이고 사랑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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