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UN이 했다는 사회분류와 연령 분류는 사실이 아니다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UN이 했다는 사회분류와 연령 분류는 사실이 아니다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3.07.10 11:30
  • 호수 8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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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노인 인구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

유엔에서 공식 분류한 적 없어

18~65세를 청년, 66~79세 중년

분류하는 것도 유엔과는 무관

고령화와 노인에 관해 UN이 분류했다고 잘못 알려진 것이 있어 바로 잡고자 한다. 하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이고, 다른 하나는 연령대 분류(미성년자-청년-중년-노년-장수노인)이다.

UN이 했다는 노인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는 노인 인구가 전체인구 중 7% 이상~14% 미만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20% 미만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는 것이다. 

이 분류는 199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사용되기 시작해 현재 우리 사회의 언론, 국가정책, 심지어 학계에서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분류를 UN이 했다고 잘못 알고 있고, 그래서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것처럼 여기고, UN이 분류했기에 권위 있는 분류로 여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UN에서 그런 분류를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고, 그런 분류는 일본과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져보면 이런 주장은 1980년대 일본에서 나왔는데 그 근거를 보면 1956년 UN 경제사회위원회에서 발간한 한 연구지에 실린 논문이다. 

그 논문에서의 주장은 연구자 개인 의견이었을 뿐이고, UN경제사회위원회의 공식적 입장도, 더구나 UN 전체(총회)의 입장도 전혀 아니고, 그렇게 발표한 적도 없다. 논문에서는 “임의적으로(뚜렷한 근거 없이 개인적 생각으로) 인구를 정의하면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인구(aged population)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논문에는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 추측컨대 일본에서 누군가가 UN경제사회위원회의 논문을 보고 7%의 아이디어를 얻어 그렇게 분류하고, 영문 명칭도 붙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에서 UN이 분류했다면서 많이 사용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분류를 사실 확인(Fact Check)도 없이 받아들여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분류의 또 다른 문제는 논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왜 7-14-20%인가? 8-16-24%는 안 되는지? 7%부터 시작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노인 인구가 7-14-20%가 되면 국가사회에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나타나는지? 역사적 및 경험적 근거가 전혀 없다. 

게다가 7-14-20%라는 숫자 체계에서 7의 배수면 7-14-21%가 되어야 하는데 왜 21%가 아닌 20%인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UN에서 이렇게 엉성하게 분류했을 리가 없다. UN에서는 물론 국제사회나 국제학계에서도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의 분류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라는 말만 사용하고 있다. 

5-6년 전부터 몇몇 언론을 비롯해 고령화와 노인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심심찮게 UN이 연령대를 새로 분류해서 0~17세를 미성년자(underage), 18~65세를 청년(youth/young people), 66~79세를 중년(middle-aged), 80~99세(elderly/senior)와 100세 이상을 장수노인(long-lived elderly)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 분류 역시도 UN이 한 적이 결코 없다.

필자가 알기로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2018년경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주관한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어떤 논문에서 나이 분류를 새로 하고 이에 맞게 생애단계 이름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고, 건강상태도 크게 좋아지고 있기에 연령대를 새로 분류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 주장일 뿐 WHO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고, 또한 논리적 근거와 과학적인 근거도 크게 부족하다. 

그리고 흔히들 WHO가 UN 산하 기구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고, UN과는 다른 별도의 독립된 국제기구이다. WHO를 UN 산하 기구로 착각해서 연령 분류도 UN이 했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WHO가 공식적으로 분류했다면 국제적 보건 전문가 단체가 그렇게 엉성하게 분류했을 리가 없다. 

더구나 1995년 UN 총회에서 노인을 ‘elderly’라 부르지 말고, ‘연장자’(older person)로 부르기로 의결한 이후 UN과 국제기구에서는 ‘elderly’라는 말을 더이상 쓰지 않는데 UN에서 2018년에 노인을 ‘elderly’로 표현한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     

노인 인구 비율에 따른 사회분류나 연령 분류에 따른 생애 단계 명칭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나 논리적, 역사적 및 경험적 근거가 매우 부족하고 UN이 분류한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국제적 위상도 크게 높아져 한국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세계적으로 계속 알려지고 있는데 UN의 권위를 폄하하고 근거도 없는 말을 UN이 한 것처럼 사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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