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공동체 주택’, 지역돌봄의 대안 부상
‘노인 공동체 주택’, 지역돌봄의 대안 부상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17 09:11
  • 호수 87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룸서 따로 살며 ‘사랑방·옥상정원’ 등 공동공간 함께 이용
지자체들이 LH, SH 등과 함께 노인 공동체 주택 조성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의 노인 공동체 주택인 ‘해심당’에 입주한 어르신들이 옥상에 설치된 공동 정원을 이용하는 모습.
지자체들이 LH, SH 등과 함께 노인 공동체 주택 조성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의 노인 공동체 주택인 ‘해심당’에 입주한 어르신들이 옥상에 설치된 공동 정원을 이용하는 모습.

서울 금천구 보린주택이 효시… 도봉구 어르신 맞춤형 ‘해심당’ 운영

부산 부산진구는 ‘다함께주택’ 개소… 임대‧공공실버주택 단점 보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현민(74) 어르신은 남편이 잇달아 사업에 실패하고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며 반지하방을 전전해야 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이재호(77) 어르신도 IMF 당시 전 재산이나 다름없던 집을 잃고 실직한 후 건강까지 나빠져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던 두 어르신은 지난 2021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LH와 도봉구가 시범적으로 조성한 어르신 맞춤형 공동체 주택인 ‘해심당’에 입주하며 희망을 되찾은 것이다. 이재호 어르신은 “해심당 덕분에 심리정 안정과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한 공동주택에서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는 일명 ‘노인 공동체 주택’이 고독사 예방과 노인 돌봄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동체 주택이란 가구별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 외에 독립된 교류 공간을 설치하고, 규약을 마련해 입주자 간 소통, 교류 및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활동을 하는 주거 형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가구별로 원룸 형태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을 제공하고 건물 1층을 사랑방으로 조성해 함께 사용하는 식이다. 서울의 경우 청년, 대학생, 예술인 등 다양한 공동체 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LH 등이 운영하는 영구‧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 공간을 지원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대별로 단절된 생활을 하고, 홀몸노인 가구의 경우 돌봄 지원에 취약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공공실버주택이 등장한다. 1~2층에는 복지관 등 복지시설을 설치하고 3층부터는 주거 공간을 조성한 건물로 복지시설을 통한 교류와 돌봄이 가능하다. 2025년까지 1만호가 조성될 예정이지만 시설을 운영하는데 매년 많은 예산이 들고 소수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용자 측면에서도 평생 살아온 거주지를 떠나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해 등장한 개념이 노인 공동체 주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 공동체 주택은 2015년 서울 금천구와 SH가 독산2동에 조성한 ‘보린주택’이다. 5층 규모 건물로 만 65세 이상 기초 생계·의료·주거급여를 받는 홀몸노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15세대의 원룸과 공동 공간인 1층 어울림방 등으로 구성됐다. 임대료는 주변시세의 30% 수준이며, 기본 임대 기간은 2년이다. 입주 자격을 유지하는 경우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6호점까지 늘어나 총 100여세대가 입주해 살고 있다. 2018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 주거복지문화대상 공모전’ 기관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서울 도봉구와 부산 부산진구에도 공동체 주택이 들어서고 있다. LH와 도봉구 등이 함께 조성한 해심당은 21가구 규모의 공동체 주택으로 1층에는 장애인, 2층에는 할머니, 3층에는 할아버지, 4층에는 고령자 부부가 살도록 설계됐다. 모든 방에 턱을 없애고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인친화형 주택으로 지어졌다. 65세 이상 집이 없는 노인이면 누구나 심사를 거쳐 입주할 수 있다. 부부형은 37㎡(약 11평), 그 외는 30㎡(약 9평) 규모로 보증금 800~900만원에 임대료 월 30~40만원 수준으로 역시 주변시세의 30% 수준이다. 보증금을 최대(5000만~6000만원)로 납입할 경우 임대료도 절반으로 줄고 거주 기간은 최대 20년이다. 

또 옥상 키친가든에서는 입주민들이 200여 종의 채소와 꽃을 심고 텃밭을 가꾸며 휴식·교류·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해심당은 도봉구 시니어클럽을 통해 1층에서는 실버카페 ‘카페 향’을, 지하층에서는 어르신 택배사업을 진행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 입주민 중 일부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500미터 반경에 주민센터, 종합복지관, 시장 등 다양한 주거편의시설이 위치해 있는 점도 장점이다.

해심당을 관리하는 유니버설하우징협동조합 관계자는 “홀몸 어르신들의 경우 건강이 악화되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요양원 등으로 옮겨 생을 마감하지만 해심당에서는 간병인만 있다면 건강 상태가 아주 나빠지기 전까지는 최대한 살던 집에서 머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초읍동의 ‘도란도란하우스’를 운영하던 부산 부산진구는 지난 6월 28일 범천동에 두 번째 노인 공동체 주택인 ‘안창 다함께주택’을 개소했다. 

주는사랑복지재단이 부산진구청으로부터 수탁해 운영하는 다함께주택은 4층짜리 건물의 3~4층을 사용한다. 1~2층은 안창마을 주민과 입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카페, 빨래방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용된다. 다함께주택에는 65세 이상 부산진구민 중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이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4층에는 입주 어르신들이 사용할 방 8개와 공동 부엌, 공동 거실 등이 있고 3층은 프로그램실과 사무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타 공동체 주택과 달리 직원 한 명이 10시부터 3시까지 상주하며 프로그램 운영 등 어르신의 생활을 지원한다. 또 보증금도 100만원으로 적은 데다 월 임대료도 13만~18만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임대 기간은 2년이지만 심사를 통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 단 공동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건강 유지가 조건이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