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7명 중 1명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했다
노인 7명 중 1명은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17 09:23
  • 호수 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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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문화’ 어디까지 왔나
7월 10일 방영된 SBS ‘동상이몽 시즌2’에서 손지창, 오연수 부부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
7월 10일 방영된 SBS ‘동상이몽 시즌2’에서 손지창, 오연수 부부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

6월 현재 184만명 사전의료의향서 등록… 연명의료 중단 29만 건 실행

120여 지자체 ‘웰다잉 조례’ 제정… 무연고자 ‘대리 결정’ 등 보완도 필요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임종에 다다랐을 때 치료가 불가한 경우 병원 측은 연명 치료가 우선인데 우리는 그걸 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하러 왔습니다.”

7월 10일 방영된 SBS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서는 손지창‧오연수 부부가 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 오연수는 작성을 도와준 직원에게 “저희가 젊은 나이에 온 것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직원의 답이 놀라웠다. 그는 “요즘은 90년대생들도 온다”면서 “어르신들은 숙제라고 생각하고 오신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웰다잉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된(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부터 시행) 이후 6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이하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손지창‧오연수 부부를 포함해 184만179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전의향서란 19세 이상 성인이 향후 임종 과정에 대비해 자신의 연명의료(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및 호스피스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직접 문서로 밝혀두는 것이다. 사전의향서 작성자가 첫해인 2018년 12월에 8만60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새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65세 이상 작성자는 142만명으로 노인 7명 중 1명 꼴로 연명 치료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지는 않겠다고 결정했다.

또한 이 기간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뜻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연명 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건수도 각각 11만6353건, 29만1822건을 기록했다. 단, 결정 이행의 경우 환자 본인의 의사(사전의향서 1만9823건, 연명의료계획서 9만4346건)보다 가족(환자가족 전원합의 7만8450건, 환자가족 2인 이상 진술 9만9133건)에 의해 진행된 것이 더 많았다. 

이처럼 웰다잉법에 따라 누구든 건강할 때 사전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고, 임종 단계 환자라면 담당 의사에게 연명 치료를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환자 가족의 합의와 의료진 판단으로 연명 치료 중단이 결정된다.

사전의향서의 상담과 작성‧등록은 건강보험공단 일부 지사와 노인복지관 등에서 이뤄진다. 전국에 600곳이 넘는다. 국민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www.lst.go.kr)에서 지역별 등록 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들 역시 웰다잉 문화 전파에 나서고 있다. 2016년 3월 경기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웰다잉 문화 조성 관련 조례를 제정한 이후 7월 현재 120여개 지자체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올해에도 전북도와 서울 강동구 등이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섰다.

각 조례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웰다잉 문화조성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사전의향서 작성 확산을 위해 노력하며, 웰다잉에 대한 인식조사, 임종준비 교육, 웰다잉 문화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 및 법인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 광명시의 경우 지난해 6월 관련 조례가 시행된 이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웰다잉 문화 정착에 나서고 있다. 이를 근거로 4월부터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보는 인생그래프 그리기, 소망나무 만들기, 버킷리스트 작성, 영정사진 및 가족사진 촬영, 장례식 체험 등을 진행하는 ‘2023년 어르신 인생노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유언과 상속에 관한 법률특강도 제공해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 5월에는 ‘웰다잉 지도사 양성과정’을 운영해 총 42명의 웰다잉 지도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웰다잉 서포터즈 양성, 노인복지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업무 및 저소득 어르신 무료 상조서비스 등을 통해 웰다잉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광명시 관계자는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돕고 웰다잉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무연고 환자들의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대신 결정해 줄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안 되면 연명 치료 중단을 하기 어렵다. 지난 2월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상희 의원 등 13인)이 발의됐지만 아직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개정안은 연명의료중단 등 의사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가족에서 환자가 미리 지정한 대리인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웰다잉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웰다잉 홍보를 위한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교육 시간이 짧아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장은 “교육 참여자들 대부분은 웰다잉에 공감하면서 장기기증이나, 사전 장례방법 지정 등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한다”면서 “웰다잉 지도사 등을 양성해 이러한 궁금증을 적극적으로 해결, 웰다잉 문화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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