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 세상 밖으로 당당하게 출발!
치매 어르신, 세상 밖으로 당당하게 출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21 08:33
  • 호수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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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와 함께…바리스타 되고, 텃밭 가꾸고, 미술관도 간다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 환자의 외부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치매안심센터 이용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이 꽃을 활용해 창작품을 만드는 모습.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지역사회에서 함께 돌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 환자의 외부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치매안심센터 이용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이 꽃을 활용해 창작품을 만드는 모습.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은평구, 경증치매어르신이 커피 제조‧판매하는 기억카페 운영 

전남 곡성군 등 산림치유 프로그램 효과… 문화체험 활동도 큰 호응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7월 3일 서울 은평구에 조금 특별한 카페가 문을 연다. ‘반갑다방’이라는 정감 가는 이름을 가진 이 카페는 월‧화‧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되는데, 모든 음료가 무료다. 대신 음료가 늦게 나오거나 주문한 메뉴와 다른 것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양해해야 한다. 이유는 바리스타로 나선 어르신들이 ‘경증 치매 어르신’이기 때문이다.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반갑다방을 통해 치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치매친화적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치매 어르신들의 외부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노망났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치매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실제로 가정에서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쉬쉬하며 숨기기에 급급했다. 그러다 2017년 9월부터 치매환자와 가족의 경제·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책임성을 강화한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고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를 조성하면서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치매파트너, 치매안심가맹점 등이 생겨나는 등 치매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며 치매 어르신들의 외부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 남구치매안심센터는 3월부터 6월까지 16기 ‘기억쉼터 행복찾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기억쉼터 행복찾기 프로그램’은 치매 악화 방지를 위해 음악·운동·미술·원예 등 전문적인 인지 건강 프로그램과 돌봄을 제공하고, 치매 환자의 사회적 접촉 및 교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2019년에 시작돼 16기를 맞았다. 

16주, 48회 과정(주 3회, 3시간씩)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는 경증 치매 어르신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은 후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기억 카페를 비롯해 장보기 등 일상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르신들은 순번을 정해 바리스타로 나서 주문받기, 음료 제조, 계산까지 이어지는 카페 운영을 경험했다. 또 영상과 책자를 활용한 장보기 활동 교육을 진행한 후 일정 금액 한도 내 구입 물품목록을 사전 작성하고, 지역 치매친화기업 마트를 방문해 장보기 미션을 수행하며 외부활동을 펼쳤다.

남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행복찾기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기억력, 집중력, 계산능력 등 인지력 향상과 함께 우울감 호전으로 일상생활 만족감이 높아지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17기 프로그램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광역치매센터와 서산시치매안심센터는 충남농업기술원‧서산시농업기술센터 손잡고 치매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5월 16일부터 7월 13일까지 9회기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치매 어르신들은 텃밭에 채소를 심는 것을 시작으로 작물 수확과 수확한 채소로 피클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전남 곡성군치매안심센터도 5월부터 6월까지 치유농업 프로그램 ‘치매 가드닝’을 운영했다. 어르신들은 한 평 크기 정원에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어 붙여 텃밭을 만든 후 고추, 방울토마토, 부추를 심으며 원예 활동을 진행했다.

효과도 컸다. 참여자를 대상으로 인지 선별 사전 및 사후검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점수가 14.9점에서 16.9점으로 상승했다. 주관적 기억력감퇴 평가에서도 사전 검사와 대비해 평균 점수가 0.8점 감소했다. 또 노인 우울 척도 평가에서는 사전 검사 대비 평균 점수가 0.9점 감소해 우울감 감소 효과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곡성군치매안심센터는 국립곡성치유의숲과 협약을 맺고 산림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립곡성치유의숲을 방문해 숲길 산책, 족욕 등을 즐기고, 산림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전남도산림자원연구소가 국립나주병원, 나주시보건소와 공동으로 지난 5월부터 치유의숲에서 운영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치매 고위험군에 미치는 산림치유 효과 검증 연구에 착수하면서 그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곡성군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치매 어르신들이 하기 어려웠던 문화 활동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서울관에서 상반기 ‘일상예찬-함께 만드는 미술관’(이하 일상예찬)을 운영했다. 

대한치매학회와 진행하는 일상예찬은 6월 28일, 7월 6일, 13일 총 3회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사전 모집된 환자와 보호자가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최정화 작가의 ‘내일의 꽃’(2015)을 감상하고 생활 속 꽃을 활용해 조각을 만드는 창작 활동을 진행했다. 또 최 작가가 쓴 시(詩)를 바탕으로 무용가와 함께 ‘꽃’을 수화와 몸짓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신체 감각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하반기 일상예찬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면서 “올해 진행된 일상예찬은 12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에 공개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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