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줄탁동시(啐啄同時) 해 줄 어미도 없이
뿌리 내릴 한 삽의 흙도 없이
풀 한 포기 없는 척박한 땅이어도
홀로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삶
난생(卵生)일까? 난생(亂生)일까? 버섯 하나가 이제 막 몸을 만들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어떤 응원도 없이 온전히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데 흙 한 줌 없는 저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다. 어쩌나, 저 한 생이 어떻게 이 세상을 견디나. 홀로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생이 어디 비단 저 버섯 하나뿐일까. 사람의 일생도 마찬가지다. 축복이 아니라 짐이 되어 버려지는 삶이 얼마나 많은가. 세상 밖으로 비극이 전해질 때, 혀나 끌끌 차며 기억에서 그 사람을 지워버리면 그만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무관심하게 버려둔 많은 생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조그만 관심을 가진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버려지고 있는 생명에게로 따뜻한 시선을 조금이나마 보내준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 아니라 천국이 될 수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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