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그림책’ 전, 그림책 주인공 ‘동동이’ ‘선녀 할머니’ 미술관에 등장
‘백희나 그림책’ 전, 그림책 주인공 ‘동동이’ ‘선녀 할머니’ 미술관에 등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21 09:27
  • 호수 8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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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 속 주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실물 크기로 재현한 ‘장수탕 선녀님’.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의 동화책 속 주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진은 실물 크기로 재현한 ‘장수탕 선녀님’.

세계적 아동문학상 수상한 백희나 작가 11권의 그림책 속 주요 장면 재현

‘알사탕’의 동동이 집, ‘장수탕 선녀님’의 목욕탕, ‘달 샤베트’ 아파트 등 전시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재탄생시키고 있다.”

지난 2020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 선정위원회는 백희나(51) 작가를 수상자로 선정하며 이렇게 평했다. 

백 작가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반적인 동화와 달리 종이·섬유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로 캐릭터·세트·소품 등을 만들고 입체적으로 장면을 구현해 사진으로 촬영하는 기법을 사용하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렇게 탄생한 ‘알사탕’, ‘장수탕 선녀님’ 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백 작가가 그림책을 위해 직접 만든 캐릭터·세트·소품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전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백희나 그림책’ 전에서는 2004년 출간된 ‘구름빵’부터 지난해 발간된 ‘연이와 버들 도령’ 등 11편의 창작 동화 원화와 입체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

백 작가는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허문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매력적인 이야기 전개로 공감과  위로를 전달한다. 

특히 종이(양지, 한지 등), 섬유(헝겊, 아이가 입던 옷 등), 스컬피(열을 가하면 딱딱하게 굳는 점토)로 만든 캐릭터 인형들과 골판지에 채색하거나 사진을 붙인 세트, 미니어처 가구와 직접 제작한 소품들, 목탄과 색연필을 활용한 드로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통해 본인만의 확고한 세계를 구축해 왔다. 뿐만 아니라 직접 카메라를 들고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될 장면을 찍는다.

전시에서는 이렇게 탄생한 총 11개의 창작 그림책을 ‘그래서 가족’, ‘기묘한 선물’, ‘달달한 꿈’, ‘나만의 비밀’ 등 총 4개의 주제로 구성해 소개한다. 

먼저 ‘그래서 가족 : 위로와 용기’에서는 삭막한 현대 주거 형태에서 보이지 않는 유대감으로 연결된,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種) 사이에 성립된 새로운 가족 형태를 다룬다. 스컬피로 만든 캐릭터들과 봉제 인형 등 재료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대표적인 것이 전시장 입구에 놓인 그림책 ‘나는 개다’의 한 장면이다. 동동이가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서 할머니가 구슬이를 산책시키는 장면으로 구슬이가 흥분해서 달려드는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반려견과 인간의 유대를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등장인물의 특성을 반영해 환경을 창작하는 백 작가의 섬세함도 확인할 수 있다. ‘어제 저녁’ 속 참새의 집은 나뭇가지가 들어있는 화분이 놓였고 문도 집 꼭대기에 달려 있다. 기어다니는 뱀의 집의 경우 천장이 낮고 길고, 문도 작다. 백 작가의 시선으로 작품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전시의 재미다.

이어지는 ‘기묘한 선물 : 성장과 공감’에서는 ‘동생을 갖고 싶다’, ‘친구랑 놀고 싶다’ 같은 소박한 바람이 이상한 이벤트를 불러오고, 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알사탕’ 속 동동이의 집이다. 작품에는 동동이가 소파 무늬의 알사탕을 먹고 ‘리모컨이 옆구리에 끼어 있어서 너무 아프니까 빼달라’고 호소하는 소파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소파는 물론이고 리모컨까지 재현했다. 

또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아빠의 속마음이 실상은 ‘사랑해’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알게 된 동동이가 아빠를 뒤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3부 ‘달달한 꿈 : 빛과 어둠’에서는 조명 활용을 극대화해 어두운 공간 속에서 관객들이 직접 그림책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구성했다. 가령 ‘달 샤베트’에 나오는 아파트의 경우 전체 건물 세트가 어른 키 절반 정도에 달하는데, 6개 층에 두 집씩 층층이 모두 12집이 내부까지 만들어져 있다. 전시장에서는 아파트 각 집마다 CCTV를 설치해 그 내부 모습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마치 작품 속에 관찰자로 뛰어든 듯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나만의 비밀 : 환상과 시공간’에서는 백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과 연출 기법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장수탕 선녀님’에 등장하는 목욕탕을 재현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흔히 날개옷 차림에 고운 모습의 선녀를 떠올리지만, 백 작가는 냉탕에서 만난 선녀님을 우리가 전래동화에서 듣던 선녀와는 너무도 딴판인 새로운 캐릭터로 창조해냈다. 깊게 파인 주름과 풍만한 체형은 선녀님보단 동네 할머니에 더 가까워 보인다. 전시에서는 실물 사이즈의 선녀님이 요구르트를 마시는 그림책 속 모습을 재현해 마치 주인공 ‘덕지’가 할머니를 마주하는 느낌을 연출한다. 

최근작인 ‘연이와 버들 도령’은 조형물 뿐 아니라 버들 도령이 연이에게 선물한 숨살이꽃, 피살이꽃 등 세 가지 꽃의 공간으로 꾸린 한적한 연못, 봄 동굴 등의 장면을 미디어 아트로 만날 수 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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