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만 내리면 잠기는 파크골프장 “침수 쉬운 수변보다 구릉에 조성해야”
집중호우만 내리면 잠기는 파크골프장 “침수 쉬운 수변보다 구릉에 조성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3.07.3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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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국에 내린 집중 호우로 상당수 파크골프장이 또 침수되면서 하천변이 아닌 국유림 등 산림에 조성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7월 폭우로 침수된 충북의 한 파크골프장의 모습.
7월 전국에 내린 집중 호우로 상당수 파크골프장이 또 침수되면서 하천변이 아닌 국유림 등 산림에 조성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7월 폭우로 침수된 충북의 한 파크골프장의 모습.

올 장마 폭우로 충청‧경북 지역 하천변 파크골프장 대부분 침수

대부분이 수변에 위치해 매년 반복… “도유림‧군유림 등 활용을”

[백세시대=배성호 기자] 지난 6월 28일 광주광역시에 시간당 5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파크골프장 건립 예정지인 북구종합운동장 주변이 물에 잠겼다. 북구종합운동장은 2020년에도 홍수 피해로 수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또 7월 9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충북 청주파크골프장이 침수됐다. 이곳 역시 2017년 같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7월 15일에는 대구 달성군 강창파크골프장이 수마에 휩쓸렸다. 강창파크골프장은 거의 매년 장마철에 같은 피해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 세 파크골프장은 강과 하천 주변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매년 반복되는 수변 지역 파크골프장 침수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7월 현재 국내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361개에 달한다. 또 대부분의 골프장은 둔치에 위치해 있다. 파크골프 수요가 급격하게 늘자 토지 매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국공유지인 하천변에 파크골프장을 만들면서 생긴 결과다. 그런데 입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조성에 나서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침수 피해가 대표적이다. 그나마 배수가 잘 되는 파크골프장의 경우 피해가 적어 지역 파크골프협회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복구에 참여하는 등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올해 첫 대통령기 전국노인파크골프대회가 열리는 경기 양평파크골프장의 경우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남한강이 범람하며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회원들이 적극 복구에 나섰고 8월 전후로 재개장될 예정이다.

문제는 시설물이 파괴되고 잔디에 심각한 훼손을 입었을 경우다. 실제 강원도 횡성군 진천 둔치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7월 진천 상류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잔디가 쓸려나가고 시설물 곳곳이 훼손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횡성군은 3억5000여만원을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의 수해 복구비로 개설비에 육박하는 약 3억원의 예산을 책정해 군의회에 올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아직 정확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충청권과 경북 지역 파크골프장 상당수가 잔디가 심각하게 훼손돼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복구 비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집중호우가 현재진행형인 데다 가을 태풍과 함께 큰 비가 내린다면 9월에 열릴 전국대회 역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한 파크골프협회 관계자는 “수변에 위치한 파크골프장의 경우 배수가 잘 되도록 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처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하천구역 내에서 사업계획면적이 1만㎡ 이상일 경우,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집중호우 대비 시설 피해 방지대책, 하천 생태계 영향 등을 포함한 입지 타당성과 환경영향을 미리 조사하고 예측해 환경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 2월 20일까지 파크골프장 사업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건은 71건에 불과했다. 

또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8월 낙동강 구간에 조성된 파크골프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낙동강을 따라 조성된 74개의 파크골프장 중 34개 시설이 불법 운영 중이었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국가하천 기본계획에 따라 설치가 근본적으로 불가한 보전지구와 복원지구, 취수시설 상류 4㎞ 이내에 조성된 10개 시설은 폐쇄 조치하고 나머지 24개 시설은 별도 기준에 따라 양성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 파크골프업계에서는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을 비롯해 도유림‧군유림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대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대한파크골프연맹은 지난해 2월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과 국립산림치유원 레포츠 결합형 산림치유사업의 일환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 운영하기로 하고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산림치유원 장기체류 고객 등을 대상으로 여가와 치유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산림레포츠로 파크골프가 적격이라 판단해 힘을 합친 것이다.

이와 함께 지자체들 역시 하천변이 아닌 도유림과 군유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충남 청양에 들어설 108홀 규모의 국내 최대 ‘충남도립파크골프장’도 옛 구봉광산에 조성된다.

어성현 경기파크골프연맹 회장은 “파크골프를 치는 노인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 등에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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